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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심 밀어내듯 작업… 5시간 걸려 최고 난도 1m 끌어올려

샤프심 밀어내듯 작업… 5시간 걸려 최고 난도 1m 끌어올려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7-03-22 22:46
업데이트 2017-03-2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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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44m 선체 인양 어떻게 하나

재킹바지선 2척 유압 미세 조정
66개 와이어 움직이며 수평 점검


22일 아침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은 흐린 날씨였지만 물결은 잔잔했다. 바람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바지선 주변으로 소용돌이 모양의 파도골이 종종 형성되는 등 맹골수도의 위세는 여전했다.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1.2㎞ 떨어진 취재지원선(선첸하오)에 함께 탄 중국 선원들은 “사진을 찍지 마라”(no picture)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희생자의 가족들도 배 위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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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9명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이 2014년 4월 16일 참사가 발생한 지 약 3년 만인 22일 처음 실시됐다.

1만t이 넘는 세월호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인양 방식이 변경되고 인양 일정이 수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세월호는 시험 인양이 이뤄진 지 5시간 30분 만에 가장 어렵다는 약 1m 인양에 성공했다. 이후 5시간 20분 만인 오후 8시 50분 장장 14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월호 본 인양에 전격 착수했다.

인양을 맡은 중국 상하이샐비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험 인양에 들어갔다. 시험 인양은 세월호를 사이에 둔 재킹바지선 2척의 유압을 실제로 작동시켜 세월호 선체를 해저면에서 1~2m 들어 올리고 실제 인양에 기술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9일 시험 인양을 하려 했지만 인양줄(와이어)이 꼬이고 20~21일에는 파고가 최대 1.7m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시험 인양을 보류했다.

인양을 위해서는 세월호를 재킹바지선으로 끌어올려 반잠수식 선박에 싣어 고정시킬 때까지 최소 사흘간 파고 1m, 풍속 10㎧의 기상조건이 유지돼야 한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 6시 호주 기상전문업체인 OWS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으로부터 인양을 해도 좋은 기상이 사흘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를 확인했다.

인양은 재킹바지선 2척이 세월호 인양 받침대(리프팅 빔)에 연결된 66개의 와이어와 유압잭을 연결해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침몰 당시 선적 화물의 이동으로 선체의 무게 중심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샤프심을 밀어내듯 조금씩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수평 상태를 점검했다. 단단히 굳은 퇴적층 갯벌에 파묻힌 세월호를 처음 들어 올리는 작업은 인양 성공의 70%를 좌우한다. 좌현으로 기울어진 세월호는 무게 중심이 선미 부분에 쏠린 상태여서 고도의 정밀 조정이 요구된다. 잘못하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선체가 부서지거나 와이어가 끊겨 선체가 추락할 수도 있다.

세월호는 당초 예상 시간보다 2~3시간 지연된 오후 3시 30분 마침내 바다 밑에서 1m 떠올랐다. 1만t에 달하는 선체를 들어 올리고 수평을 이루는 하중 작업을 벌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본 인양은 자정을 넘겨 밤새도록 이뤄졌다.

본 인양은 수심 44m 바닥에 누워 있는 세월호를 천천히 수직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선체가 12m 정도 끌어 올려지면 높이가 22m에 달하는 세월호가 수면 위로 처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선체는 수면 위 13m까지 들어 올린다. 세월호는 재킹바지선에 묶인 채 1㎞ 밖에서 대기 중인 반잠수식 선박으로 조금씩 이동하게 된다.

지난 주말 26m까지 잠수에 성공한 길이 217m, 폭 63m의 거대한 반잠수식 선박이 세월호 밑으로 몸을 낮춰 반쯤 물속에 잠긴 세월호를 떠안아 올린다. 세월호는 사흘간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없도록 쇠줄로 묶는 ‘고박 작업’을 거친 뒤 미수습자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목포신항으로 출발한다.

공동취재단·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2017-03-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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