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 가보니
남현철·박영인·조은화·허다윤 학생, 그리고 바로 옆에 나란히 놓인 고창석·양승진 교사의 손때 묻은 책상은 벌써 1073일째 주인이 돌아오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다. 23일 경기 안산 단원고 교장실 한쪽에 나란히 3년째 주인을 기다리는 미수습자들의 흔적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미수습된 학생들의 책걸상이 23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 교장실에 보존돼 있다. 이날 세월호 선체는 침몰한 지 1073일 만에 사고 해역의 수면 위로 들어 올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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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는 평소 남현철군 등이 좋아하던 초콜릿과 과자, 음료가 형형색색 예쁜 꽃들과 함께 가득 놓여 있었다. 책상 위가 부족해 의자에까지 놓여 있었다. 100년, 1000년보다 더 긴 하루하루가 더해져 흘러가는 동안 눈물로 쓰인 편지들도 켜켜이 쌓여 있었다. 조각조각 붙어 있는 메모에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가족과 친구들의 애타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허다윤양의 언니는 “얼마나 차가웠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상상도 안 될 만큼 아팠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웠지…미안해 어린 너한테 아픈 상처를 줘서”라는 안타까운 글을 남겼다. 이어 “사랑한단 말, 가는 날까지 단 한 번도 해주지 못해 죄책감이 들어...왜 못했을까. 후회된다. 마음껏 표현해 주고, 마음껏 안아주고, 다 퍼줘도 모자란데…”라는 애끓는 심경을 나타냈다.
누군가는 조은화양에게 “무심코 바라본 시계가 4시 16분 그날에 멈춰 있네요. 은화양과 친구들, 선생님들까지 모두 돌아올 때 저 시계도 움직일 것만 같아요.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돌아와요. 그때 눈물을 흘리겠습니다”라고 썼다.
지난 3년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텨온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을 통해 이번만큼은 꼭 아이들을 품에 안으리라 다짐하고 있다.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다윤이의 옷, 신발이 모두 올라왔는데, 다윤이만 나오지 않았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우리 딸을 꼭 찾아 달라”며 눈물을 쏟았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7-03-24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