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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개인투자자들 “대우조선 손실 뻔한데 합의 못해”

기관·개인투자자들 “대우조선 손실 뻔한데 합의 못해”

입력 2017-03-28 09:18
업데이트 2017-03-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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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확정시 추가소송 불가피 후폭풍 거셀 듯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투자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28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등 채권단의 구조조정 실패로 투자자들만 번번이 손실을 보게 됐다며 강도 높은 목소리로 비난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채무 조정안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방안이 순조롭게 진행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은 추후 손실이 확정되면 소송에 나설 태세다.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 “우리가 봉이냐…손실 뻔한데 합의 어렵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지난 23일 내놓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은 부도를 막아 사회적 비용과 새 정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충안이다.

금융당국은 부도를 피하려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사채권자들을 채무 조정안에 끌어들였다. 내달 초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회사채 1조3천500억원·기업어음(CP) 2천억원)에서 50% 출자전환, 50% 만기 연장 등 채무 재조정을 먼저 하고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수용되려면 출석 의결권의 총 발행채권액 3분의 1 이상을 가진 채권자들이 참석해 참석 금액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발행 채권 총액 3분의 1 이상의 찬성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회사채는 국민연금이 전체 발행잔액의 30%에 육박하는 3천900억원어치를 들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도 각각 1천800억원, 1천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3천억원), 시중은행(600억원)까지 합치면 기관투자가가 보유 물량이 전체의 4분의 3을 넘는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은 파산이나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함으로써 선박 발주회사의 선수금환급보증(RG) 콜 행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면서 “투자자들의 자발적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최대한 자율적인 합의를 강조하면서 파산하면 손실이 더 커진다며 기관 등 투자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사실상 손실이 불가피한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하는 것에 난감해 하고 있다.

A 기관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채무 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더구나 수익자(투자자들)과 협의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하더라도 대우조선 정상화를 낙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2015년 10월 4조원의 유동성 지원발표 후 1년간 3조8천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작년 말 연결기준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1조5천억원과 2조8천억원이나 됐다. 부채비율도 2천304%에 달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국내 조선산업을 ‘빅2’로 재편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거쳐 내년부터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일 국적선사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한진해운의 파산을 용인한 데다 STX조선은 RG 규모 축소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우조선은 2018년까지 선박의 74%가 인도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운영자금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조정으로 대우조선은 2019년 이후 외형이 대폭 축소되면서 3년 뒤 원금 상환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기업구조조정 실패 거듭…금융당국·산은 도덕적 해이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실패 사례가 반복됐다. 공적자금 수혈도 세금만 날린 꼴이 됐다.

매번 정부의 묵인 속에 기업들이 은행 여신(대출)을 회사채와 CP 등 시장성 자금으로 연명하면서 결국 피해를 키웠다.

시장 참여자들과 투자자들은 이번 대우조선 사태 역시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의 원칙 없는 구조조정으로 사회적 손실을 키우고선 부담을 투자자들에게만 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식회계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신용등급이 추락하기 시작한 대우조선해양에 해운업체와 동일한 손실 분담을 요구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주채권은행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는 책임 분담 측면에서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 해법은 부담을 줄이면서 서서히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절충안이지만, 투자자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우조선은 안정적인 실적과 산업은행의 지원 가능성을 토대로 산정된 신용등급 ‘AA-’를 내세워 2012∼2014년까지 2조6천억원의 회사채와 CP를 발행했다. 그리고 1년도 채 안 돼 2015년 3조원의 분식회계가 적발됐다.

대우조선 분식회계는 2008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이뤄졌다. 이미 주식투자자들은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인한 손실을 배상하라며 회사 등을 상대로 1천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으로 회사채와 CP 투자자들은 손실을 현실화하면 추가 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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