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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불황에 잡화점 호황

긴 불황에 잡화점 호황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7-04-04 22:46
업데이트 2017-04-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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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가볍게… 달라진 소비 패턴

KB국민카드 빅데이터 분석

긴 불황 속에서 저렴하고 실용적인 물건을 살 수 있는 잡화점이 뜨고 있다. 최근 5년간 대형마트와 백화점, 기성복점에서의 소비가 둔화된 반면 다이소, 올리브영 같은 잡화점과 아웃렛(대형의류쇼핑센터)이 급신장했다. 무겁고 덩치 큰 소비에서 가볍고 실용적인 소비로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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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KB국민카드가 2012~2016년 유통업종 카드 승인 내역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일반 잡화점 이용 금액은 지난해 4303억원으로 2012년(3031억원)보다 42% 증가했다. 특히 ‘1000원 숍’으로 알려진 생활용품 판매점 다이소의 경우 2012년 461억원에서 지난해 1309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화장품과 건강식품, 생활용품 등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드러그스토어 역시 3배 이상(606억→1971억원) 커졌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제자리걸음하거나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백화점은 6.4% 증가하는 데 그쳤고 대형마트는 4.3% 감소했다.

기성복점에서 옷을 사는 사람들도 갈수록 줄고 있다. 의류 업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성복점에서의 이용 금액은 5년 사이 15.8%(1조 988억→9254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기성복 중에서도 유통 경비를 줄여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싸게 만들어 파는 SPA 브랜드점(유니클로, 자라, H&M 등 3개사)의 이용 금액은 2배 가까이(391억→730억원) 증가했다. 아웃렛은 7배 이상(798억→5951억원) 급성장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대가 대형마트와 백화점, 기성복점을 특히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세대의 소비는 대형마트, 백화점, 기성복점에서 모두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소비가 늘어난 잡화점, 아웃렛, 편의점에서도 평균 증가율을 밑돌았다. 고달픈 취준생(취업준비생)이 많거나 취업에 성공했어도 학자금 대출 등을 갚느라 소비할 여유가 적은 탓으로 풀이된다. 반면 50대 이상은 모든 업종에서 소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연구 KB국민카드 빅데이터전략센터 팀장은 “젊은층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SPA브랜드와 드러그스토어의 매출이 크게 오른 것 역시 지출 가능한 예산 안에서 소비를 하려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일본식 소비 패턴이기도 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SPA브랜드 유니클로와 ‘100엔 숍’도 거품경제가 꺼지던 2000년 전후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 둔화로 국내 기업들도 생산과 유통 과정의 경비를 줄여 싸게 팔려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경기가 살아난다 해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7-04-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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