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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묵직한 울림 ‘반전 흥보가’

뻔하지 않은 묵직한 울림 ‘반전 흥보가’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7-04-04 22:46
업데이트 2017-04-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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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신작 ‘흥보씨’ 주인공 김준수·최호성 인터뷰

한쪽 뺨 맞으면 다른 쪽 뺨 내밀고, 자기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남들 먼저 돕는 게 흥보라면 놀보는 초상난 데 춤추고 불난 데는 부채질할 정도로 뻔뻔하고 심술궂다. 국립창극단 신작 ‘흥보씨’에 나오는 흥보와 놀보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것 빼고 모든 것이 원작 판소리와 다르다고 할 만큼 새로운 흥보가가 탄생했다. 그야말로 ‘반전 창극’이다.
국립창극단 신작 ‘흥보씨’에서 ‘흥보’ 역을 맡은 김준수(오른쪽)와 ‘놀보’ 역을 맡은 최호성은 이번 작품이 마냥 기상천외하고 재밌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의 주요 화두는 ‘선한 사람으로 사는 것은 무엇인가’예요. 작품 중에서 반복되는 구절이 있어요. 비워야 하리 텅텅텅 그때서야 울리리 텅텅텅. 이 대사처럼 조금만 내려놓으면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흥보처럼요.”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국립창극단 신작 ‘흥보씨’에서 ‘흥보’ 역을 맡은 김준수(오른쪽)와 ‘놀보’ 역을 맡은 최호성은 이번 작품이 마냥 기상천외하고 재밌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의 주요 화두는 ‘선한 사람으로 사는 것은 무엇인가’예요. 작품 중에서 반복되는 구절이 있어요. 비워야 하리 텅텅텅 그때서야 울리리 텅텅텅. 이 대사처럼 조금만 내려놓으면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흥보처럼요.”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스타 연출가 고선웅과 소리꾼 이자람 음악감독의 조합만으로도 올해 최고의 주목작으로 꼽혔던 ‘흥보씨’는 참신한 내용만큼 젊은 남자 소리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 ‘흥보’ 역의 김준수(26)와 ‘놀보’ 역의 최호성(30)을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2013년 국립창극단 입단 동기인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서로 장난 섞인 핀잔을 주며 아웅다웅하는 듯하면서도 남자들만의 끈끈한 ‘케미’가 엿보였다. 최씨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는 좀 지나친 말”이라고 했지만 그간 함께해 온 시간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어떤 인연인지 몰라도 서로 상대역을 많이 맡았어요. 창극 ‘트로이의 연인’에서는 부부였고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는 형제로 나왔죠. 게다가 준수는 제 동생이랑 생년월일이 똑같아요. 그래서 동기 이상으로 가깝게 느껴질 때가 많죠.”(최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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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연출이 이번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흥보 역으로 점지해 뒀다는 김준수는 ‘창극계 아이돌’답게 고운 외모로 파란만장한 수난 속에서도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착한 흥보를 연기한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변강쇠, ‘아비.방연’의 왕방연 등 그동안 남성미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은 최호성은 이번에도 성격이 뚜렷하고 선이 굵은 ‘놀보’에 낙점됐다.

“연출님이 저를 애초에 흥보로 생각하셨다길래 저도 좀 놀랐어요. 아직 그 이유는 여쭤보지 않았는데 제 안에 있는 어떤 선함을 보신 건 아닐까요(웃음).”(김준수) “연출님이 ‘비틀기의 귀재’라고 불리시잖아요. 준수는 예쁘장하게 생기고 저는 남자답게 생긴 편이라 ‘어쩌면 내가 흥보를 할 수도 있겠는데?’라는 기대를 했어요. 그렇다고 실망한 건 아니에요. 저에게 놀보 역할을 주신 연출님의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최호성)

대본을 집필한 고 연출은 이번 작품에 ‘다른 별에서 온 스님’, ‘말하는 호랑이’ 등 판소리 흥보가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인물을 추가해 신선함을 더했다. 새로운 캐릭터와는 다르게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흥보와 놀보를 연기하는 것은 제법 어려웠을 터.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만의 색깔을 담았기 때문에 색다른 인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보는 사람이 ‘저 정도로 밝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해맑은 흥보를 보여 주려고 했어요. 기존의 흥보가 불쌍하고 연민을 자아내는 인물이었다면 제가 연기하는 흥보는 보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죠. 악의를 품지 않고 늘 좋은 뜻을 가지고 행동하면 언젠가 복이 돌아온다는 것을 담았어요.”(김준수) “놀보는 물론 나쁜 사람이지만 이번 작품 속 놀보는 악질은 아니에요. 늘 2% 부족한 탓에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고 뭔가 허점이 많아요. 밉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놀보죠.”(최호성)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굳이 보러 와야 하는 이유를 꼽아 달라고 하니 돌아오는 대답이 꽤 진중하다.

“창은 아직도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이번 작품을 보면 젊은 소리꾼과 중견 소리꾼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곳곳에 숨어 있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흥미롭고요.”(김준수) “제가 소리꾼이어서가 아니라 소리가 가진 힘이 엄청나거든요. 관객과 창자 간 교감을 이끄는 소리의 힘 하나만으로도 공연장에 오실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최호성)

공연은 5~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원. (02)2280-4114.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04-0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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