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정촌고분서 국내 첫 발견…최소 6.5일 ‘빈장’ 가능성 주목
전남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1500여년 전 금동신발에서 파리 번데기 껍질이 확인됐다. 고대 인골이나 매장 유물에서 파리 번데기 껍질이 발견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 주목된다. 이는 당시 장례를 치를 때 시신을 바로 매장하지 않고 외부에서 일정 기간 의식을 치른 뒤 땅에 묻는 ‘빈장’(殯葬)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실마리이기 때문이다.전남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내부의 흙에서 발견된 파리 번데기 껍질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모습.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연구소는 파리 번데기 껍질로 당시 장례 문화가 빈장이었을 가능성, 무덤 주인공의 사망 시점, 1500여년 전과 현재의 기후변화 등 세 부분으로 나눠 법의곤충학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정촌고분 1호 돌방처럼 빛을 차단하고 평균온도 16도, 습도 90%의 환경을 만들어 파리 생태 변화를 관찰한 결과 알이나 구더기는 성충이 되지 않고 번데기 상태일 때만 성충으로 변했다.
오동선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매우 추운 겨울이 아닌 이상 통상 사람이 사망하면 1시간 안에 파리가 접근해 알을 낳는데, 파리가 알에서 번데기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6.5일이므로 이 기간 동안 시신이 외부에 노출된 상태였을 것”이라며 “당시 시신을 바로 묻지 않고 일정 기간 의식을 가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고고학적 정황을 과학적 실험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금동신발에서 찾아낸 파리 번데기 껍질은 현재도 정촌고분 주변에서 서식하고 있는 검정뺨금파리의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1500여년 전과 지금의 기후변화는 크지 않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또 검정뺨금파리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간이 5~11월임을 감안했을 때 정촌고분 1호 돌방의 주인공도 이 기간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파리 번데기 껍질과 출토된 고인골의 신체 특성을 분석해 무덤 주인의 사망 원인과 나이, 식습관, 신체 크기 등을 밝혀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대 영산강 유역에 살았던 이들의 모습과 장례 문화 등을 복원해 나갈 계획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4-18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