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방탄유리 속 나비 앉은 그 ‘미인’ 26년만에 저작자 표시 없이 공개

방탄유리 속 나비 앉은 그 ‘미인’ 26년만에 저작자 표시 없이 공개

함혜리 기자
입력 2017-04-18 22:28
업데이트 2017-04-18 23:4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국립미술관 과천관 오늘부터…진위논란 과정 기록물도 전시

고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인지 아닌지를 놓고 수십년간 논란을 이어 온 ‘미인도’가 18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전에 포함돼 그해 11월 21~24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전시된 지 26년 5개월, 1991년 천 화백이 위작이라고 주장한 지 26년 만이다.
이미지 확대
1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6년 만에 공개된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취재진이 바라보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1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6년 만에 공개된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취재진이 바라보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이미지 확대
국립현대미술관은 유족의 항고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작품에 작가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는 대신 원본을 확대 복제한 포스터 등 ‘미인도 아카이브’를 통해 그간의 진위 논란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국립현대미술관은 유족의 항고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작품에 작가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는 대신 원본을 확대 복제한 포스터 등 ‘미인도 아카이브’를 통해 그간의 진위 논란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방탄유리에 보호된 채 공개된 작품은 나비 한 마리가 드러난 어깨에 앉아 있고 머리에 화관을 쓴 여인을 그린 29×26㎝ 사이즈의 채색화다. ‘鏡子’라는 서명과 ‘1977’이라는 연도 표시가 또렷하지만 미술관 측은 작가 이름을 명기하지 않은 채 전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일부터 과천관에서 열리는 ‘소장품특별전: 균열’전 개막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94점의 전시작에 포함된 ‘미인도’를 공개했다. 미술관의 장엽 소장품자료관리과장은 “지난해 말 검찰이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미인도’가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라고 확인했으나 유족의 항고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 전시에서는 저작자를 일절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술관 고문변호사인 박성재 변호사는 “법적으로 볼 때 표시해도 아무 문제 없지만 저작권법상 저작인격권과 공표권, 성명표시권에 대해 유족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다음주 중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추가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를 처음 소장하게 된 건 1980년 4월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혐의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집에 있던 것이 당시 계엄사령부에 의해 국가환수재산으로 헌납돼 미술관으로 오게 됐다. ‘미인도’는 1990년 4∼11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인 ‘움직이는 미술관’에서 일부 전시는 실물을 전시하고 일부는 사진을 찍어 2.5배 정도로 확대한 복제품으로 전시됐다.

천 화백의 지인이 복제품을 보고 의심을 품고 알려오자 천 화백이 원본을 보여 줄 것을 미술관에 요구했고 1991년 원본을 본 뒤 위작이라고 주장하면서 진위 논란이 시작됐다. 1998년 위작범 권모씨가 자신이 미인도를 그렸다고 해서 재가열됐다가 2015년 천 화백 별세 후 유족들에 의해 다시 점화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가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해 온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대부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고 ‘미인도’가 진품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유족들은 이에 맞서 항고한 상태다. 이번 전시에는 ‘미인도’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온 이후부터 지난 26년 동안 벌어진 진위 논란의 전 과정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보여 준다. ‘소장품특별전:균열’은 19일부터 내년 4월 29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7-04-19 2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