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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中일부’ 발언 파장…트럼프 실언인가, 시진핑 속내인가

‘한국은 中일부’ 발언 파장…트럼프 실언인가, 시진핑 속내인가

입력 2017-04-19 17:19
업데이트 2017-04-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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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강대국 정치 소용돌이 속에 있는 한국 상황 보여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한반도 관련 대화 내용을 전하면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6~7일 미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한반도, 북한이 아닌 한반도(Korea) 역사에 대해 말했다.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전쟁에 대해서.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엄청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는 점에서 시 주석이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 발언을 특유의 화법으로 과도하게 단순화시킨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19일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거 임진왜란 때처럼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하면 중국에도 영향이 있었다든가, 역사적으로 중국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가졌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 주석 발언은 과거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는 정도였을 것”이라며 “강대국끼리 서로 충돌하지 말고 (한반도와 관련한) 상호 전략적 이익을 존중해주자는 취지의 언급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한 것과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가 현재 한반도를 보는 적나라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시 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 강대국 정체성으로 출범한 시진핑 정권 대외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준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 실장은 “시진핑 정권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3원칙(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 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더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 및 확대’를 사실상 제4원칙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대근 한중친선협회 중국연구원장은 “1945년 이후 미국이 남한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원래 한반도 전체는 중국의 ‘관할권’ 하에 있었다고 주장한 맥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원장은 “1971년 ‘상하이 코뮤니케’를 통해 미·중은 각각 남한과 북한에 대한 상대국의 영향력을 존중하기로 했는데, 미국이 최근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 데 위기의식을 느낀 시 주석이 한반도 전체에 대한 역사적 영향력을 거론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 주석 발언의 정확한 맥락과 내용은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지만 어쨌든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중국을 비판하며 쓴 표현대로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조공국가’ 식의 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4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시 주석 주최 환영연회와 관련해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쓴 ‘만방래조’(万邦來朝, 온 주변국가가 조공을 바치러 온다는 뜻)라는 표현이 현 중국 지도부와 국민의 ‘속내’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일로 드러났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한국의 엄혹한 대외 환경을 보여준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종호 실장은 “한국이 강대국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있음을 보여준 일”이라고 말했다.

또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는 “이처럼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을 타개하고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복안과 전략을 대선 후보들이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대오각성해서 외교·안보에 대한 정합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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