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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는 마녀?…아동문학에도 페미니즘을”

“여교사는 마녀?…아동문학에도 페미니즘을”

입력 2017-04-20 10:15
업데이트 2017-04-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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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창비어린이 ‘아동문학과 여성주의’ 세미나

2013년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에는 동화 161편이 수록됐는데 그 중 여자 어린이가 혼자 주인공인 동화는 28편이었다. 남자 아이가 단독으로 주인공을 맡은 경우는 46편으로 훨씬 많았다.

동화작가 이현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어린이문학의 주체는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우리 동화의 내러티브는 지극히 남성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한국 아동·청소년 문학을 여성주의 시각에서 점검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계간 ‘창비어린이’가 창간 14주년을 기념해 20일 오후 4시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여는 ‘아동문학과 여성주의’ 세미나다.

첫 발표자로 나서는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은 동화가 여전히 성별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여성 인물의 외모나 인격을 공격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그림책 작가들은 여성주의적 고민을 꾸준히 담아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여성 인물에 대한 작가 자신과 사회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백희나의 그림책들을 든다. 2004년작 ‘구름빵’에서 엄마는 출근길 아빠를 챙기려고 버스 안으로 직접 구름빵을 배달하며 성역할 분업을 성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작가는 지난해 펴낸 ‘이상한 엄마’에서 바쁜 싱글맘을 돕는 선녀 할머니를 등장시켜 수평적 자매애를 그렸다. 최근작 ‘알사탕’에서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아빠의 양육에도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동화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거나 퇴행적이라고 김지은은 지적한다. 여성을 “까다롭고 사치스러운 소비자”로 놓고 비판하는 성차별적 관습을 답습하거나 여교사를 종종 옛 이야기 속 ‘마녀’ 이미지로 그려 너그럽고 털털한 남교사와 대비시킨다.

김지은은 “어린이들은 작품을 통해서 끊임없이 타자의 시선을 학습하고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며 “혐오와 비난을 반복하는 이야기들로부터 어린이들을 더 평등하고 건강한 연대의 서사로 이끌고 나가야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문학평론가 김은하는 이른바 386세대 작가들이 창작에 뛰어들면서 아동·청소년 문학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다. 그는 “더 이상 청소년문학은 소녀들에게 남자를 위협하지 않도록 자신을 움츠리고 위축시켜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며 김혜정의 청소년소설 ‘하이킹 걸즈’ 등 소녀가 씩씩하게 모험하고 성취하는 이야기들을 사례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렇게 당차고 똑똑한 소녀들이 ‘페미니스트’보다는 자기계발에 충실한 ‘알파 걸’에 가깝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체제에 충실한 주체라는 한계도 있다. 김은하는 “경쟁적이기보다 타자와 연대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수많은 차별의 경계들을 마주하고 정의의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 소녀들에게 씩씩함과 뛰어난 역량만이 아니라 모든 차별에 맞서도록 페미니스트 시민성을 길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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