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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신성시하는 인도, 실은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

소 신성시하는 인도, 실은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

입력 2017-04-24 15:34
업데이트 2017-04-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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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도 모디 총리 ‘1강체제’ 굳어지자 도축업자 ‘습격’ 빈발, 우육산업 위축

힌두교도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인도는 소를 신성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힌두교도들은 소의 몸에 무수히 많은 신들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소를 숭배하는 이유다.

힌두교도들에게 고기를 먹기 위해 소를 잡는 일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최근 트럭에 암소를 싣고 가던 이슬람교 신자(무슬림)가 힌두 과격세력에 집단 구타당해 사망하는 등 소를 둘러싼 종교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은 인도는 세계 최대의 소고기 수출국이다. 인도의 소 사육 두수는 3억 마리가 넘는다. 사육두수 2위인 브라질보다 8천만 마리 이상 많은 압도적 1위다. 소고기 수출량도 176만t으로 1위다. 세계 전체 소고기 수출량의 20% 가까이 차지한다.

인도의 소고기산업은 소수파지만 2억 명에 달하는 이슬람교도들이 주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2위인 인도 이슬람교도들에게 소고기는 일상의 식재료다. 힌두교도들이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일반소대신 물소를 식육으로 삼지만 최근 들어서는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소를 보호 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힌두교 지상주의를 표방하는 단체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1강 체제”가 굳어지면서 이런 추세가 더 강화되고 있다. 이 바람에 인도의 소고기 가공산업도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24일 아사히(朝日)신문 로포기사에 따르면 인구 약 2억의 최대 주인 우타르프라데시주 서쪽 알리가프에 있는 소고기 가공업체 알라나사의 경우 2개인 소고기 생산라인 중 하나는 가동중지상태다.

공장장인 아야스 시디키(42)는 “하루 평균 2천 마리를 처리해 왔으나 4월 들어 300마리로 격감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냉동 소고기를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수출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2천500여 명에 달하는 종업원 대부분이 이슬람 신자다. 인도 국내 식육의 절반은 이슬람 신자가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가공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농가에서 소를 사모으기 어렵게 됐다. 소를 운반하는 사람들이 힌두 과격세력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어서다.

이달 1일에는 인도 북서부 주 내 알와르 부근 도로에서 이슬람 주민들이 트럭 3대로 암소 10여 마리를 운송하다 힌두교도의 공격을 받았다. ‘암소 자경단원’으로 불리는 힌두교도 10여 명은 트럭을 세우고 차에 실린 암소를 발견하자 도축하려고 운반하던 것이라며 트럭 운전자 등 6명을 몽둥이 등으로 구타해 1명이 숨졌다. 당시 습격을 받은 아스마트 칸(26)은 힌두교도들이 “왜 신성한 소를 죽이느냐”고 다그쳐 우유를 짜러 가는 길이라고 설명했지만, 흠씬 두들겨 맞았다.

이에 앞서 3월 말에는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한 정육점 진열장이 집단방화로 불에 타는 등 비슷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소를 둘러싼 이슬람 신자에 대한 폭행사건 증가의 배경으로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인민당의 약진을 꼽는 사람이 많다. 모디 총리의 출신 단체로 당의 핵심지지단체인 “민족의용단(RSS)”이 표방하고 있는 “힌두전통에 의한 인도사회의 통일 추구” 사상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디 정권은 2014년 출범 직후부터 경제성장을 중시하면서 종교색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3월에 실시된 아타르프라데시주 의회선거에서 인민당이 지난번 선거 때보다 근 7배 늘어난 80% 가까운 의석을 획득하는 압승을 거둬 주 정부 정권교체에 성공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힌두 성직자 출신 강경파인 요기 아디티아나트는 선거에서 무등록 식육처리장 폐쇄, 새로운 처리시설 건설금지 등을 공약했다. 선거에서 압승, 주 총리로 취임한 그는 즉시 혹소 살해에 대한 처벌을 현재의 징역 7년에서 종신형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족의용단 관련 조직인 “세계힌두협회”는 거리의 소가 식용으로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에 소 피난처를 설치하는 “소보호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중부 나그푸르에 있는 소피난처에는 약 500마리가 수용돼 있다.

모디 총리는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방 주 의회선거에서 승리를 거듭하면서 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5%가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로 모디 총리를 꼽았다. 2014년까지 여당이었던 최대 야당 국민회의파의 젊은 지도자 라훌 간디 부총리의 28%를 크게 앞서고 있다.

뉴델리 사회발전연구소의 프라빈 라이 연구원은 “인민당 1당 체제 강화가 힌두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을 해도 된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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