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데스크 시각] 변화무쌍 트럼프 시대,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지운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변화무쌍 트럼프 시대,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지운 국제부장

이지운 기자
입력 2017-05-04 18:04
업데이트 2017-05-04 18:0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이지운 국제부장
이지운 국제부장
‘변하는 정도가 비할 데 없이 심하다.’ 변화무쌍(變化無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될 것 같다. 동북아를 전쟁 분위기로 몰아넣은 게 한참인데, 순식간에 대화와 협상의 ‘훈풍’을 불어넣는다. 서유기의 손오공급이다. 말도 행동도 온도차가 심하고 종잡기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렇다 보니 그를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듯하다. ‘장사치일 뿐’이라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그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우리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일을 하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뜩지 않아도 그의 언행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오락가락했어도 그가 중국을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을 다녀온 뒤 실로 ‘돌변’(突變)했다. 한국만 괴롭히던 관영 언론들이 느닷없이 북한을 때려 대기 시작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이 ‘제멋대로’(悍然) 핵실험을 실시한 데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당시 ‘제멋대로’라는 표현은 중국의 노여움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단어로 간주됐다. 이렇듯 북을 늘 점잖게 대해 온 중국이 관영 언론을 통해 ‘유류 공급 중단’으로 북을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송유관은 북에는 실질적으로 생명줄이다. ‘선제타격을 해도 좋다. 북진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북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막말들일 것이다.

중국은 왜 돌변했을까.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블러핑에 속았을 수도 있고, 트럼프의 눈에서 전쟁을 향한 광기를 보았을 수도 있다. 어쨌건 중국은 지금도 북을 압박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트럼프라는 사람도 누구나처럼 나름의 일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와 가진 인터뷰는 그의 말과 생각, 스타일의 일관성을 일정 부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당시 ‘핵전쟁’을 언급했는데, 기자가 묻지도 않은 것이었다. ‘대통령이 된다면 미래에 대한 장기적 관점은 무엇이겠느냐’고 묻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종종 핵전쟁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은 궁극적인 재앙이지만 아무도 세밀하게 집중하지 않는다. 핵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게 가장 멍청하다. 너무 파괴적이어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건 한심한 소리”라고 했다. 동맹국에 대한 불만과 불신, 무역국에 대한 피해 의식 등도 그는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그는 지금도 핵전쟁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미리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때도 “나는 내가 하려는 일을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핵전쟁이 아직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면,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그 잔상을 읽었다면 미국과 중국은 머지않은 장래에 ‘김정은 정권 붕괴 프로그램’을 논의하게 될 수도 있다. 아마 지금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일이 없다. 두 나라가 이 문제에 머리를 맞댔다면 김정은도 알게 될 것이다. 그다음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제 새 정권이 출범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종합건대, 시진핑과 중국이 돌변했다는 것과 트럼프와 미국이 그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jj@seoul.co.kr
2017-05-05 22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