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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FTA 재협상 위기를 기회로 삼자/김봉철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시론] 한·미 FTA 재협상 위기를 기회로 삼자/김봉철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입력 2017-05-04 17:58
업데이트 2017-05-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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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김봉철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한국 사회는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그동안 풀지 못한 많은 숙제들을 만나게 된다. 그 숙제들 중에서 남북한 문제를 포함한 안보 및 대외관계의 해법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경제문제, 그중에서도 한국 경제에 절대적 영향을 주는 무역의 관점에서 이러한 고약한 문제들에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에프티에이’(FTA)라고도 부르는 자유무역협정을 생각해 보자. 정부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구조를 개선하려고 이 정책을 추진했다. 이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동남아, 호주, 그리고 남미 국가들과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 국제 법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넘어서 한국의 대외 무역 환경 조성에 관한 기본 규범이 됐고, 무역 확대와 경제 발전을 위한 법적인 ‘기반시설’로서 기능을 한다. 한국은 꾸준히 이러한 기반시설을 구축해 왔고, 여전히 새로운 협상에 나서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정부는 당연히 자유무역협정들의 체결과 관리로 한국의 경제주체들에게 유리한 무역 환경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면서 그러한 환경에서 소외되는 이들도 보듬어야 한다. 또한 이 정책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예측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한·미 FTA의 재협상 압력과 브렉시트로 인한 한·EU FTA의 변화 등 어려운 문제들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국제 무역규범이 국제정치나 안보를 위한 전략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FTA들은 환경, 문화, 기술, 개발협력, 안보 등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들을 무역과 관련지어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 상황을 반영한 남북 경제협력이나 개성공단에 관한 특별 규정도 많다. 간접적으로 FTA로 강화된 경제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의 공조나 군사작전의 협력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 문제를 묶어 상대를 압박하고 협상에 활용한다. 유럽연합은 경제 관계를 바탕으로 군사작전 등에 관한 조약 체결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의 FTA와 이에 연결된 약속들은 그동안 경제적 이익이 아닌 목적에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새로운 정부는 법적인 의미의 이 ‘경제기반시설’을 활용해 경제적 이익과 함께 한반도의 안정과 국제 관계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협상이나 재협상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의 협정들을 분석하고 다른 국제법 및 국내법과의 조율 및 새로운 활용 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

만약 한·미 FTA를 재협상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오히려 한반도 안정과 대외관계 증진 등을 도모할 기회로 삼아 다양한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북 경제협력과 개성공단 관련 규정을 유리하게 개선하기 위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과 북한 경제 제재 조치에 관련된 국내외의 규범들을 분석해야 한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제재와 남북 경제협력 정책에 국제 수준의 개발원조와 인권신장 등의 개념을 보강하고 국제사회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관련 국제법과 국내법의 조화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러시아 등과의 FTA 체결 준비를 하면서 EU와 약속한 ‘위기관리 활동 기본협정’의 한반도 활용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국제 무대에서 국가들의 경제 관계가 긴밀할수록 다른 협력도 가능하며, 최근 국제사회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방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 우리 정부도 모든 방법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과거 그 이름이 ‘햇볕정책 2.0’이든 ‘통일대박론’이든 한국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 목적은 언제나 한결같다. FTA는 분명히 한반도의 안정이나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정치안보적 입장을 반영하려는 목적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와 연결되는 국내외 규범들에도 연결 고리가 되는 규정들이 많다. 모두 목적 달성을 위한 ‘기반시설’인 것이다.

2017-05-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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