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데스크 시각] 기업하기 좋아야 일자리도 는다/김성수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기업하기 좋아야 일자리도 는다/김성수 산업부장

김성수 기자
입력 2017-05-11 17:52
업데이트 2017-05-12 01: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신문사에 들어오기 전 ‘백수’ 생활을 1년 2개월 정도 해 봤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뒤늦게 신문기자가 되겠다고 뛰어들면서다. 아침마다 출근하던 회사 대신 집 근처 대학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상식 책이나 옥편을 붙잡고 씨름했다. 25년이 훌쩍 지났지만 암울했던 당시 기억은 또렷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청년백수’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수십 대 일,수백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야 하는데,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감은 겪어 본 사람만 안다.
김성수 금융부장
김성수 금융부장
한 집 건너 대학을 졸업한 자식들이 놀고 있는, ‘실업’이 국가적 유행이 된 요즘 같은 시대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공공 분야에서 81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니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할 법하다.

하지만 공공 분야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건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나랏빚을 더 내거나 국민의 돈(세금)을 써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대선 기간 중 논쟁도 있었지만, 늘어난 공무원의 임금과 나중에 연금 지급까지 모두 세금으로 감당해야 한다. 돈을 버는 일자리가 아니라 돈을 쓰는 일자리다. 공공 분야 일자리가 민간 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공무원을 더 뽑는다고 민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리가 없다.

“기업한테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고 (정부가) 압박을 많이 하지만 그게 억지로 하려면 안 되는 겁니다.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기업이 사람도 고용하고 하는데 ? 사람들은 ‘대기업은 나쁘다’는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하는데, 기업이 커야 고용도 하고 그러면서 셰어링(sharing·나눔)도 하는 겁니다. 막무가내로 기업이 커지면 나쁘다고만 할 건 아닙니다.” 최근 만난 5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해준 얘기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려면 ‘기업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의 일자리는 3배가 늘어난 반면 국내로 들어온 외국 기업의 일자리는 1.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기업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매력이 없는 곳이라는 방증이다.

재벌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앞으로도 기업 환경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재벌 수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4대 재벌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할 대상으로 이미 떠올랐다.

지배 구조 개선을 비롯한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 권력과 기업 권력의 부정한 공생관계도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중소기업 분야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이나 납품가를 후려치는 갑질 행태도 뿌리 뽑아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의 잘못을 고치겠다고 매질만 할 일은 아니다. 당근과 채찍이 둘 다 필요하다. 중소기업하고만 협치를 할게 아니라면 대기업도 함께 끌고 가야지 척결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쟁을 하는 대기업을 더구나 엄격한 국내 규제로 발목을 잡아서는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도, 중소기업도, 대기업도 모두 중요하다. 대기업도 살아야 나라가 산다. 반(反)기업 이미지는 오해이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문 대통령이 실천으로 보여 주길 기대한다.

sskim@seoul.co.kr
2017-05-12 30면

많이 본 뉴스

22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선거 뒤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경기 활성화
복지정책 강화
사회 갈등 완화
의료 공백 해결
정치 개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