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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사연 있는 이놈들, 야구판 키운다

[프로야구] 사연 있는 이놈들, 야구판 키운다

한재희 기자
입력 2017-06-15 23:00
업데이트 2017-06-16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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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입은 프로야구

#올 시즌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운영 중인 프로야구 SK의 마스코트 ‘아테나’는 지난 10일 파업을 선언했다. 요구 조건은 ‘시구 기회 부여’와 ‘성형수술’ 두 가지였다. 이런 소식에 SK 팬들은 불안해했다. ‘아테나’가 승리 기원 기도를 할 때마다 승리를 챙기곤 했는데, 혹시나 성적이 떨어질까 우려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 파업 이틀째인 지난 11일 SK가 LG에 1-19로 크게 패하자 팬들의 성화가 이어졌다. 결국 구단이 백기를 들면서 파업은 나흘 만에 막을 내렸다.
SK의 마스코트 ‘아테나’가 지난 13일 구단과의 협상 끝에 나흘에 걸친 파업을 매듭지으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사진을 올렸다.  SK 제공
SK의 마스코트 ‘아테나’가 지난 13일 구단과의 협상 끝에 나흘에 걸친 파업을 매듭지으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사진을 올렸다.
SK 제공
#지난 4월 1일 NC의 SNS에는 구단 마스코트인 ‘단디’가 2군으로 내려간다는 글이 올라왔다. 2군 마스코트로 활동하는 ‘고양고양이’가 싹싹하게 자신의 업무를 해낸 반면, 단디는 자신의 인기를 믿고 고액 연봉을 요구하는 등 만행을 부렸다는 이유에서다. 소식을 접한 NC 팬들은 댓글로 ‘가서 스타병을 고쳐와라’, ’단디 단디해야겠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NC의 만우절 거짓말로 드러나 실제로 ‘고양고양이’의 1군 콜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4월 1일 NC구단은 2군 마스코트인 ‘고양고양이’가 1군으로 콜업됐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만우절 ‘가짜 뉴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월 1일 NC구단은 2군 마스코트인 ‘고양고양이’가 1군으로 콜업됐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만우절 ‘가짜 뉴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마스코트 의인화’ 마케팅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과거엔 마스코트를 구단 기념상품을 만들거나 경기장 분위기를 띄울 때만 사용했다면 이제는 마치 실존 인물인 것처럼 설정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다. 마스코트가 연봉 협상을 하거나 SNS 계정을 거쳐 팬들과 소통하는 식이다. 마스코트에 스토리를 입히면서 경기뿐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서도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의도다.

SK는 ‘아테나’에게 직접 SNS를 운영하는 콘셉트를 입혔다. 지난해 새롭게 마스코트로 등장했지만 아직 생소하게 여기는 팬들에게 바짝 다가가기 위해서다. ‘아테나’가 올 시즌 활약 중인 용병 메릴 켈리로부터 여권을 빼앗아 SNS에 사진을 올리자 팬들은 ‘올해 들어 아테나가 제일 잘한 일’, ‘이제 여권을 태우자’라는 등의 댓글 수백개를 올리며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SK 프런트는 정확히 계정을 누가 운영하고 있는지를 비밀에 부쳐 신비감을 부채질했다.

SK 관계자는 “야구를 잘 모르던 분도 지나가다가 게시물을 보고 재밌다고 느끼고 이를 통해 SK에도 호감을 가져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의 마스코트 ‘빅’이 지난 11일 몸이 아팠다는 콘셉트로 작성된 그림일기.
kt의 마스코트 ‘빅’이 지난 11일 몸이 아팠다는 콘셉트로 작성된 그림일기.
kt는 구단 마스코트인 ‘빅’과 ‘또리’가 직접 그림일기를 쓴다는 설정으로 지난해부터 SNS에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구단 대학생 리포터가 아이디어를 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도 계속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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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호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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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단디&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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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철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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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럭키와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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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아테나&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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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턱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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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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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빅&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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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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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블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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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kt 대리는 “선수들이 직접 홍보에 나서면 좋지만 과할 경우 자칫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구단을 홍보하는 스토리를 풀어 나가고 팬들과 소통할 매개체를 찾다 보니 마스코트가 떠올랐다. 마스코트를 이용하니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NC는 지난해 1군 마스코트인 ‘단디’가 구단과 연봉 협상을 벌였다고 알려 화제가 된 바 있었고, 2군 마스코트인 ‘고양고양이’는 야구를 너무 하고 싶어서 NC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콘셉트로 맹활약 중이다.

조성식(스포츠산업학) 한양대 교수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야구가 인기를 끄니 이젠 마스코트 의인화로 진화한 것 같다”며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중장기적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 팬들에게 어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06-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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