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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에 대기업은 속앓이

[경제 블로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에 대기업은 속앓이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7-06-19 22:38
업데이트 2017-06-2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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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임직원은 성과에 따라 급여와 성과급이 달라집니다. 본사뿐 아니라 전 세계 지사의 임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한국지엠 생산직은 예외입니다. 여전히 호봉제가 적용됩니다.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고, 성과급도 본인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지급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은 성과급 체계도 이원화돼 있습니다. 팀장급 이상은 GM 본사의 실적 등이 연동되는 ‘팀GM 성과급’을 받고, 그 이하 직원은 노사 임금 협상에 따라 정해진 성과급을 받습니다. 글로벌 기업도 뿌리 깊은 우리나라의 호봉제 문화를 바꾸긴 힘들었나 봅니다.
●한국지엠, 세계 지사 유일 호봉제

그런데 최근 신정부가 공공 부문 성과연봉제를 사실상 폐지했습니다. 과거의 호봉제로 돌아가겠다는 건데요. 기업들은 정부의 이러한 결정이 자칫 노조에 빌미를 주진 않을지 벌써부터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본래 호봉제 폐지에 부정적이었던 대기업 노조가 또 하나의 핑곗거리를 삼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미 임금 체계 개편을 끝낸 기업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앞장서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는데 더이상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는 현실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틀 전 열린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사례 발표회’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LG이노텍 사례를 뺐습니다. 1년 전 생산직에 대해서도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성과 중심의 인사제도를 도입한 LG이노텍이 우수 사례로 선정됐지만, 이 시점에 회원사의 업적을 널리 알렸다가 해당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염려한 것입니다. 회사 측에서도 조심스러웠다고 하네요.

●‘무임승차자’ 거를 기회 놓칠까 우려

아직까지 대기업 생산직 중에서 호봉제를 폐지 또는 완화한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2015년 OCI를 시작으로 지난해 LG이노텍, SK하이닉스 등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구시대적 유물인 호봉제를 손질하려고 타이밍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성과연봉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다만 능력에 관계없이 모두가 똑같은 급여를 받는다면 무임승차자는 나오게 돼 있습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6-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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