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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 미친 사내들, 생업 미루고 미친 듯 뛰었다

농구에 미친 사내들, 생업 미루고 미친 듯 뛰었다

한재희 기자
입력 2017-06-22 22:40
업데이트 2017-06-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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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3 농구월드컵 첫 승 뒷얘기

회사원·부동산중개사·은퇴 선수
1박2일 일본행… 세미프로 참가


팀 대표 재일교포 3세 정용기씨
“깔보는 인식 바꾸려 열심히 해”


2020년 도쿄올림픽 종목 채택
“전력분석원·트레이너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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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 하고 펑펑 울었어요”
“첫 승 하고 펑펑 울었어요” 3대3 농구 월드컵에 출전한 정용기(앞줄) WILL 대표와 남궁준수(뒷줄 왼쪽부터), 최고봉, 신윤하, 이승준이 지난 19일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3대3 농구월드컵 D조 예선에서 인도네시아를 12-7로 누르고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따낸 뒤 환호하고 있다.
WILL 제공
지난 19일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3대3 농구 월드컵 D조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앞서 네덜란드와 뉴질랜드에 내리 2패를 당해 물러설 곳이 없던 한국 대표팀 윌(WILL)은 특유의 투지를 발휘하며 결국 12-7로 상대를 꺾었다.

20개 참가국 중 FIBA 랭킹 꼴찌인 한국 대표팀(53위)이 3대3 농구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을 따낸 순간이었다. 주장 최고봉(34)은 경기 종료 2초 전 승리를 예감하곤 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쏟아냈다. 함께 뛴 이승준(39)·신윤하(33)·남궁준수(30)를 비롯해 일본에서 프랑스까지 날아온 정용기(37) 스포츠마케팅사 WILL 대표도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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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 승리한 뒤 코트에서 서로를 얼싸 안고 기쁨을 누리는 한국 선수들. WILL 제공
인도네시아에 승리한 뒤 코트에서 서로를 얼싸 안고 기쁨을 누리는 한국 선수들.
WILL 제공
재일교포 3세인 정 대표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1승만이라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뛰었다. 가뜩이나 3대3 농구를 응원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전패하고 돌아오면 ‘3대3 농구에 투자해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며 “결국 D조 4차전인 미국과의 경기에 패해 1승3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만족스럽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세계 농구에 견줘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를 많이 못한 상태에서 이 정도 경기를 펼친 데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 현지 교민과 한국에서 온 관중들이 덥다며 물도 건네주고 응원도 해줘 감사했다”며 “덕분에 선수들이 정말 많은 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2012년 시작된 FIBA 3대3 농구 월드컵에 한국 대표팀이 출전한 것도 처음이다. 3대3 농구는 지난 1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2020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널리 인정받지만 한국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에서 3대3 농구를 하는 실업·대학팀은 전무하다. WILL도 일본 세미프로리그를 주 무대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일본(랭킹 10위)에서는 재빨리 3대3 농구에 뛰어들었다. 정식종목으로 인정돼 도쿄올림픽에 도움을 주길 바랐기 때문”이라며 “일본 3대3 리그에는 18개팀이 참가한다. 작년에는 12개팀, 재작년에는 8개팀이었는데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원(신윤하), 부동산 중개업(남궁준수), 농구교실 운영(최고봉), 어학당 학생(이승준) 등 본업을 가진 선수들이 한국에서 일하다 경기 전날 일본으로 건너와 경기를 뛴 다음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며 “3대3 농구를 한다고 큰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농구를 사랑하는 열정 하나로 고생을 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3대3 농구의 부족한 점에 대해선 “5대5 농구 이상으로 치열한 몸싸움에다 야외에서 펼쳐져 높은 기온, 강한 바람과도 싸워야 한다. 체력 부담이 많아 다른 나라에선 트레이너를 동반하는데 우리는 이번에 단장과 선수들만 참가했다. 통역도 이승준 선수가 겸했다”며 “다음 대회부터 대한농구협회에서 전력분석원과 트레이너, 의료진 등을 지원해주면 경기력을 더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3대3 농구라고 하면 아마추어들이 하는 것이라든지 5대5 농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하는 경기라는 인식이 있다”며 “3대3 농구를 깔보는 의식을 바꾸는 것부터 발전의 씨앗을 뿌리는 셈”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06-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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