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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법무사 학원 찾는 ‘사시 낭인’… 용 대신 뱀 꿈꾸며 다시 신림동으로

노무사·법무사 학원 찾는 ‘사시 낭인’… 용 대신 뱀 꿈꾸며 다시 신림동으로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7-06-27 22:46
업데이트 2017-06-2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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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길 찾는 마지막 고시족

“사법시험(사시) 폐지가 결정된 뒤 10년간 많은 고시낭인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공무원시험, 공기업으로 발길을 돌렸죠. 하지만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못한 고시생들도 꽤 있습니다. 이제는 그나마 비슷한 법무사나 공인노무사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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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관악구의 한 법학원 앞에서 만난 하모(34)씨는 지난 21~24일 마지막 2차 시험을 치른, 사시를 준비하던 수험생이었다. “로스쿨을 가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나이예요. 민간기업도 나이 제한이 있으니까 저 역시 노무사 시험을 보려고 합니다.”

이날 만난 마지막 고시생들은 나름의 살길을 찾느라 분주했다. 합격률 3%의 벽에 막혀 낭인이라는 수근거림까지 참아냈지만, 사시 폐지 후 그들이 갈 길은 많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공무원의 선발 조건이 가장 비슷하지만 채용인원이 너무 적고, 노무사·법무사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사시 존치를 주장하며 거리에 나선 몇몇 동료들을 마음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0년대 초에 2만명을 넘던 사시 응시인원은 2007년 로스쿨 도입이 결정되자 2008년 1만 7829명에서 2013년 6862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마지막 1차 시험에는 3794명이 응시했다. 2010년을 기점으로 그 전에 사시를 그만둔 경우는 로스쿨에 입학했고, 이후에는 법무사나 노무사, 5·7·9급 공무원시험 등 새로운 시험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고시생들이 전한 고시촌 분위기였다.

한 법학원 관계자는 “2010년까지 신림동 고시생들은 로스쿨 진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학원이 밀집한 강남으로 향했다. 최근 5년에는 법무사,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려고 신림역이나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밀집한 학원으로 가고 있다”며 ‘고시생 이동로’를 그렸다.

2012년 2869명이었던 노무사 시험 응시인원은 올해 4055명으로 41.3% 정도 늘었고 법무사도 같은 기간 3511명에서 3625명으로 3.2% 증가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시험을 전환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했다. 한 고시생은 “7·9급 공무원은 국어, 영어, 한국사 등 시험 과목 자체가 아예 달라 처음부터 새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며 “노무사 경쟁률도 10대1이 넘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가장 시험 과목이 비슷한 것은 법원행정고등고시인데 한 해에 10명도 뽑지 않아 가능성이 너무 적다”고 했다. 민간 기업은 나이 탓에 서류전형조차 통과하기 힘들다.

일부는 진로 전환 대신에 남아서 사시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회원 30여명은 “로스쿨은 1년에 2000만원 정도로 학비가 비싸고, 능력보다 학벌, 집안 등이 입학에 영향을 미친다”며 “신분과 빈부에 상관없이 노력과 실력으로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공정사회의 상징적 제도가 폐지될 위기”라고 주장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7-06-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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