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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섬유’로 효성 반세기 이끈 조석래 회장 퇴장

‘꿈의 섬유’로 효성 반세기 이끈 조석래 회장 퇴장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7-07-14 23:14
업데이트 2017-07-15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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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건강 이유로 대표이사직 공식 사임…조현준 2년째 최대 실적 ‘3세 경영’ 안정

공학도 출신… 국내 첫 민간연구소 설립
폴리에스터·스판덱스·타이어코드 개발
‘할 말 하는’ 재계 큰어른·민간 외교관 역할
엔지니어 출신인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은 현장을 중시하는 꼼꼼한 성격 때문에 임직원들 사이에서 ‘조 대리’로 불리기도 했다. 2005년 4월 중국 칭다오 스틸코드 공장을 방문한 조 전 회장이 현장에서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 효성그룹 제공
엔지니어 출신인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은 현장을 중시하는 꼼꼼한 성격 때문에 임직원들 사이에서 ‘조 대리’로 불리기도 했다. 2005년 4월 중국 칭다오 스틸코드 공장을 방문한 조 전 회장이 현장에서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
효성그룹 제공
2001년 임원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명하는 조 전 회장. 효성그룹 제공
2001년 임원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명하는 조 전 회장.
효성그룹 제공
조석래(82) 전 효성그룹 회장이 14일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창업주인 부친 고 조홍제 회장의 요청으로 회사 경영에 뛰어든 지 51년 만이다.

효성은 이날 조 전 회장이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효성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효성은 “회사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조현준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됐다는 판단 아래 조 전 회장이 사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아들인 조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준 조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중 ㈜효성의 대표이사 직함만 유지해 왔다. 조 전 회장의 퇴진으로 효성은 창업 2세에서 창업 3세 체제로 완전히 전환됐다.

조 전 회장의 꿈은 원래 공과대학 교수였다. 경기고를 졸업하자마자 유학길에 올라 일본 와세다대 이공학부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 대학원(화학공학)에서 공부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공학도 특유의 꼼꼼함으로 현장을 챙기고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71년 국내 최초의 민간기업 연구소인 ‘동양나일론기술연구소’를 세워 한국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폴리에스터를 비롯해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꿈의 섬유’ 스판덱스 개발 등에서 효성이 약진한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였다. 두 번째 대표 상품인 타이어코드(타이어 고무에 넣는 심재)가 2000년대 초반 세계 1위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재계에선 민간 외교관으로 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2007~2010년), 한미재계회의 위원장(2000~2009년), 한일경제협회 회장(2005~2014년) 등을 지냈다. 할 말은 하는 재계의 어른이었다. 1990년대 초 국회 재무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적금과 예금으로 얼마씩 떼이고나니 정작 손에 쥔 것은 절반도 안 됐다”며 당시 은행의 ‘꺾기’ 관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2006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는 FTA 체결을 반대하는 양국의 정·재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며 적극적으로 설득한 일화도 유명하다.

위기도 여러 차례 넘겼다. 그는 1983년 오일쇼크 때 채산성이 악화되자 그룹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해 24개 계열사를 8개로 대폭 정리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재 가치로 10조원에 달하는 개인 자산을 처분하기도 했다. 덕분에 당시 1만 6000여명의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효성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봉사와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 가고 후진 양성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는 게 조 전 회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7-07-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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