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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채우는 무대가 나의 꿈

관객이 채우는 무대가 나의 꿈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7-07-19 22:24
업데이트 2017-07-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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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 맞은 무대 미술가 박동우

뮤지컬·연극 등 대작마다 실험하는 무대 연금술사
“오래한 만큼 잘해야지…아직 모르는 것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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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핵심을 절제 있게 표현하는 무대 미술가 박동우는 “무대 디자이너가 어려운 길을 거쳐 무대를 만들었는데 관객들이 그 의도를 알아차리기 위해 또다시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면 기억 속에 묻히는 공연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작품의 핵심을 절제 있게 표현하는 무대 미술가 박동우는 “무대 디자이너가 어려운 길을 거쳐 무대를 만들었는데 관객들이 그 의도를 알아차리기 위해 또다시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면 기억 속에 묻히는 공연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무대 미술가 박동우(55)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올해 서울 주요 극장에 올랐던, 그리고 곧 오를 주요 작품 중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 없다. 국내 초연하는 뮤지컬 ‘나폴레옹’이 지난 15일 무대에 올랐고 오는 25일과 새달 말에는 각각 뮤지컬 ‘아리랑’, ‘서편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앞서 연극 ‘메디아’, ‘가족’, ‘세일즈맨의 죽음’, ‘왕위 주장자들’에서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무대를 선보였다. 최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요즘이 가장 바쁜 때”라며 웃었다.

“30년이 되었다고 특별한 느낌은 없어요.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이고 작업할 때마다 늘 새로운 문제에 부딪힙니다. 무대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과정, 무대 장치의 재료나 방법 등에서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 채 시도하는 것들이 아직도 너무 많아요. ‘이렇게 오래 했으니 더 잘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뿐입니다.”

1987년 데뷔한 이래 연극, 뮤지컬, 창극, 오페라,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한 달에 평균 1편 이상씩 무대를 빚어 왔다. 박 교수는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가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했을 때 현지에서 무대 미학의 진수를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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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우가 그린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의 무대 스케치. 서울예술단 제공
박동우가 그린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의 무대 스케치.
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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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구현된 7개 지옥 중 마지막 관문인 ‘거해지옥’. 서울예술단 제공
무대 위에 구현된 7개 지옥 중 마지막 관문인 ‘거해지옥’.
서울예술단 제공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22일까지) 역시 그가 ‘인생작’ 중 한 편으로 꼽을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무대화한 이 작품은 주인공 김자홍이 사후 49일간 저승 세계에서 재판을 받는 이야기다. 대본을 읽자마자 무대를 어떻게 꾸밀지 떠올랐다는 그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인 윤회 사상을 시각화한 지름 17m의 파격적인 바퀴 모양 무대로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뮤지컬 최초로 무대 바닥에 설치한 80㎡의 LED 스크린 덕분에 “1층 객석에서 한번, 2층 객석에서 한번 봐야 하는 작품”으로 불리고 있다.

“보통 뮤지컬을 볼 때 2, 3층 관객들은 사실 많은 걸 잃어버리죠. LED 스크린의 생생한 화상을 통해 지옥 불구덩이를 재현했는데 위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관객들이 특히 좋아하셨어요. 제가 직관적으로 만든 무대를 관객들이 좋아해 주실 때 가장 행복합니다. 소통이 잘됐다는 뜻이니까요.”

박 교수에 따르면 공간 연출가라고도 불리는 무대 미술가는 한 공연의 시각적인 환경 전체를 설계한다. 배우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조명, 음향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장면을 구성해야 한다. 특히 관객과의 관계를 공간적으로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하는 것도 무대 미술가의 몫이다.

“대본을 읽고 제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이 공연을 ‘지금 여기서 왜 해야 하는가’입니다. 수백 년 전 다른 나라의 이야기라도 우리에게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시공간을 설정해 작품의 동시대적인 의미를 살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관객과 작품 간 관계를 규정하는 작업을 마치면 무대의 뼈대를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죠.”

뛰어난 미적 감각과 남다른 직관, 스태프·관객과의 성공적인 소통으로 공연계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박 교수는 앞으로의 꿈을 관객에게서 찾았다.

“관객들이 무대 공간을 체험하는 실험적인 공연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는 1997년 연극 ‘내마’에서는 객석에 타일을 깔아 관객이 공중목욕탕에서 공연을 보는 느낌을 자아냈고 2008년 연극 ‘거트루드’에서는 무대를 클럽으로 설정하고 관객을 클럽 손님으로 만드는 등 기발한 시도를 해 왔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듯이 무대를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무대 장치의 일부가 되는 공연을 좋아해요. 요즘처럼 스마트폰, 텔레비전, 컴퓨터 등 2차원 평면이 홍수인 시대에 앞으로 그런 공연이 더 절실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07-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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