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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타이 ‘호프 미팅’ 파격…문대통령 생맥주 직접 잔에 채워

노타이 ‘호프 미팅’ 파격…문대통령 생맥주 직접 잔에 채워

입력 2017-07-27 20:54
업데이트 2017-07-2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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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초청 청와대 만찬 스케치

 “이제는 건배 구호합니까. 기업이 잘되어야 나아가 경제가 잘됩니다. 국민경제를 다들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문 대통령)

 “위하여.”(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일동)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호프미팅’을 갖고 건배를 청하며 소상공인 수제맥주가 든 잔을 부딪치고 있다. 왼쪽부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호프미팅’을 갖고 건배를 청하며 소상공인 수제맥주가 든 잔을 부딪치고 있다. 왼쪽부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연합뉴스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기업인 8명과의 ‘호프 미팅’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 그 자체였다. 노타이는 물론, 양복 상의까지 벗은채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이 생맥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가 전례가 없다.

 간담회 시간은 오후 6시였지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기업인들은 30여분 전 녹지원에 도착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직접 350㎖ 잔에 생맥주를 따라줬다. 이날 생맥주는 중소업체인 세븐브로이에서 만든 ‘강서 마일드 에일’과 ‘달서 오렌지 에일’ 두 종류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븐브로이는 중소기업에서 생산하고 사업화한 첫 수제맥주로 임직원 34명이 모두 정규직”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6시 문 대통령이 녹지원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로 대통령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도착하자마자 스스로 맥주를 따라 잔을 채웠다. 장 실장이 “저는 (맥주를 잔에 따르는 것을) 잘 못한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몸으로 하시는 건 잘 못하십니다”라고 말해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어졌다.

 현대차는 당초 정몽구 회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가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아버님이 원래 오시려고 했는데 몸살 기운이 있으셔서(정 회장은 만으로 79세) 다음에”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 사업이 고전하는 거 같은데 좀 어떤가”라고 묻자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회를 살려 다시 기술 개발해 도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이재현 CJ 회장 대신 참석한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을 향해 “정말로 정정(손 회장은 만으로 78세)하시며 현역에서 거의 종횡무진 활약하고 계셔서 아주 보기 좋다”면서 “경제계 인사 가운데 가장 어른이시다. 경제계에서도 맏형 역을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덕담했다.

 문 대통령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미국 철강 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을 콕 집어 무역불균형 현안으로 거론했다. 권 회장은 “당분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포기했다”면서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작정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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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식재료를 얻어 요리해 ‘방랑식객’으로 불리는 임지호 셰프가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과의 호프미팅 안주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연에서 식재료를 얻어 요리해 ‘방랑식객’으로 불리는 임지호 셰프가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과의 호프미팅 안주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안주와 저녁 식사는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로 요리를 해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이 붙은 임지호 셰프가 만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특별히 초청한 셰프”라고 말했다. 탁현민 의전·행사기획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임 셰프를 추천하고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셰프는 채소·소고기·치즈류 등으로 3가지 안주를 준비했다. 무를 이용한 카나페,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한입 요리, 시금치와 치즈를 이용한 안주 등이었다. 해독 작용을 하는 무를 이용한 카나페는 우리 사회의 오랜 갈등과 폐단을 씻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소고기 안주에는 소고기가 기를 보충하는 작용이 있어 끝까지 기운을 잃지 않고 한 뜻으로 가자는 뜻이다. 시금치와 치즈를 이용한 안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하나의 음식이 되는 것처럼 서로 달라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상징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임 셰프는 각각의 의미를 설명한 뒤 “(안주를 담은 그릇은) 청와대 주변 가지를 꺾어서 사용해 봤다”고 말했다.

 20여분간의 호프미팅 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상춘재 안으로 자리를 옮겨 논의를 이어갔다. 저녁 식사로는 미역과 조개, 낙지를 이용한 비빔밥이 제공됐다. 비빔밥이 모든 재료가 어우러져 하나의 음식이 된다는 의미가 있지만 무조건 한 데 섞는 게 아니라 각자를 존중하며 하나를 이루어 내는 공존의 미학이 담겨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7-07-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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