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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일 환기하고 물 청소…5년간 닭 진드기 없어”

[단독] “매일 환기하고 물 청소…5년간 닭 진드기 없어”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7-08-20 22:34
업데이트 2017-08-2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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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제로’ 강화 방글농장

닭 7만 마리 밀집 사육 농장…현대식 닭장에 주 2회 소독
깨끗한 환경에 AI도 비껴가
고비용 방사농장 대안 될 수도

지난 17일 인천 강화군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인 방글농장. 양계장은 7만 마리의 닭을 키우는 전형적인 ‘밀집 사육’ 농장이었다. 닭들은 A4용지(0.06㎡) 크기의 닭장(케이지) 안에 6~7마리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퀴퀴한 냄새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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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의 방글농장 주인 이태종씨가 지난 17일 오후 닭 진드기 발생을 막기 위해 닭장에 살충제 대신 소독약을 물에 타 뿌리고 있다.
인천 강화군의 방글농장 주인 이태종씨가 지난 17일 오후 닭 진드기 발생을 막기 위해 닭장에 살충제 대신 소독약을 물에 타 뿌리고 있다.
워낙 공간이 좁다 보니 닭들이 흙을 몸에 끼얹어 진드기(일명 와구모)를 떨어내는 ‘흙목욕’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닭 진드기도 살충제로 제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농가 주인 이태종(59)씨는 “4년 전 닭장을 현대식으로 전환하면서 진드기가 아예 생기지 않게 돼 살충제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진드기가 주로 기생하는 닭장 옆 틈새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뒤 손에 묻은 것을 보여 줬다. 진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비결은 바로 ‘청결’이었다. 매일 환기를 시키고, 물로 세척하고, 일주일에 두 번 소독약(바이엘 ‘버콘에스’)을 뿌리는 것이 전부였다. 이씨는 “물을 싫어하는 진드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며 “단순하고 원초적이지만 근원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 농장은 지난 15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친 달걀 성분검사 결과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앞서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도 모두 피해 갔다.

이씨의 사례에서 보듯 밀집 사육 농장이라도 시설만 깨끗하게 유지하면 살충제 달걀을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용호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20일 “양계장을 다 지은 다음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받고 있고 관리까지 허술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외국처럼 인증 제도를 설계 단계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다.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에서 정부의 보조금은 현재 10%에 불과한 수준이며 이조차 해마다 줄고 있다. 경기 양주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내년부터 보조금이 없어지고 융자로만 가능하다고 들었다”면서 “살충제 달걀을 막으려면 정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닭을 평지에 풀어놓고 키우는 ‘방사’ 형태의 농장도 살충제 달걀 파동의 후속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평사가 있는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복지 농장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200개가 넘는 전국의 모든 양계장을 전부 방사 형태로 전환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방사 형태로 전환할 경우 생산량이 현재의 약 8~12%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나머지 90%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 방사형 축사에서는 사람이 직접 알을 주워야 해 인건비가 더 든다. 이로 인해 달걀값 상승도 불가피하다. 농장 면적 역시 적어도 8배는 더 넓어져야 하기 때문에 농민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글 사진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8-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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