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동네 마실 다니는 차림 등반객에 38유로 부과”

등산복이나 장비 없이 오직 ‘할 수 있다’는 열정만 갖고 서유럽 최고봉인 프랑스 몽블랑 정상 등반에 나서는 등산객들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이달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몽블랑에 올랐던 46세 프랑스 남성이 조난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그동안 등산객들이 동네 뒷산 오르듯 준비 없이 정상에 도전하다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2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몽블랑 등산객들의 출발지인 프랑스 생제르베의 시장은 등산복과 장비를 갖추지 않은 등산객에게 벌금 38유로(약 5만1천원)를 부과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해 즉각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장 마르크 페일레 시장이 제시한 ‘적절한 장비’는 모자, 선글라스, 스키 마스크, 등산화와 방한 재킷 등이다.

몽블랑 등산로 입구마다 등산 장비 목록과 이를 갖추지 않은 등산객에게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로 게시될 예정이다.

페일레 시장은 이러한 조치가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나 낙석,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 만년설 등 몽블랑 등정 시 예상되는 위험으로부터 등산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에 걸쳐 있는 알프스산맥의 몽블랑은 해발 4천810m의 서유럽 최고봉으로 전문 산악인뿐 아니라 아마추어 산악인들도 정상 등반에 도전하고자 세계에서 몰려드는 곳이다.

그러나 만년설 지대에는 곳곳에 빈틈이 나 있고 예상치 못한 기상 악화로 조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달에도 35세 일본 등산객이 조난해 구조팀이 수색을 진행했으나 찾지 못해 포기했고 한국, 체코, 우크라이나 출신 산악인들도 사고로 숨졌다.

앞서 조난한 프랑스 등산객의 경우 샤모니 경찰 산악구조대 관계자 스테판 보존의 설명에 따르면 트레일 러닝 장비만 갖춘 상태로 등반에 나섰으며 “할머니가 동네 마실 다닐 때” 신을 만한 신발을 신고 있었다.

페일레 시장은 몽블랑 등반객들을 단속하고 필요할 경우 등산객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데 필요한 경찰인력 증원을 제라르 콜롱 프랑스 내무장관에게 요청했다.

그는 앞서 지난 2014년 미국 산악인 폴 스위니가 11살짜리 딸과 9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남녀 최연소 몽블랑 등정 기록에 도전할 때에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으나 결국 등반을 막지는 못했었다.

스위니는 자녀와 등반에 나섰다가 산세가 험한 몽블랑 ‘죽음의 통로’라는 구간에서 산사태를 맞아 죽을뻔하다 포기하고 하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