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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 폐지는 안 돼…처벌연령 하향·교화 강화가 대안”

“소년법 폐지는 안 돼…처벌연령 하향·교화 강화가 대안”

입력 2017-09-10 10:03
업데이트 2017-09-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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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소년 보호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폐지는 헌법·국제법 위반”

“청소년에게 술, 담배도 못 하게 하고 선거권도 주지 않으면서 형사책임은 어른과 똑같이 받으라는 것이 말이 되나요? 소년법 폐지는 헌법과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발상입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최근 부산과 강릉, 서울 등지에서 여중·고생이 또래를 가혹하게 집단 폭행했는데도 처벌 수위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로 논란이 일면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법 폐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범죄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해 제정된 소년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더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 보호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소년법 폐지 움직임은 헌법에 위배되는 주장이며 ‘유엔 아동인권규약’에 반하는 것으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 2003년 9월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만 14세로 규정한 형법 9조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청소년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그에 따른 행동 통제능력이 없거나 적은 나이’라고 규정했다. 사물 변별 능력과 행동 통제력은 범죄 결과를 감수해야 하는 형사책임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는데, 청소년은 이러한 능력이 없거나 적으므로 형사책임 또한 없거나 성인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년법을 폐지해 청소년을 일률적으로 성인과 같이 처벌한다면 헌재 결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사건 전문 변호사인 김용수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는 “헌재가 이미 형사미성년자 제도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했는데 인제 와서 소년법을 폐지해 소년과 성인을 동등하게 처벌한다고 하면 곧바로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엔 아동인권규약에서도 소년을 성인과 구별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소년법 폐지는 규약 위반에 해당해 국제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사사건 전담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도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소년법이 없는 곳이 없다”며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보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소년법 폐지 논의를 대신해 법 개정이나 제도적 대안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일단 현행 소년법이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소년법으로 보호받는 소년의 범위를 최소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만 14세에서 13세나 12세로 낮추거나 소년법 적용대상인 ‘소년’의 나이를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주장이다.

또 만 14세 이상 18세 미만 소년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경우 최고 징역 15년까지로 제한한 소년법 제59조를 개정해 징역 20년이나 30년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등이 이 같은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살인이나 강간, 특수폭행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만 14세 이상 청소년은 소년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일반 형법과 형사사법 절차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강력한 법 집행으로 처벌을 강화해 범죄 발생을 억제한다는 개념은 일종의 ‘위하(위협)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지만, 형사정책 이론상 소년범에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가해자 교화,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사회봉사와 소년원 위탁 등 현행 소년법상 보호처분만으로는 범죄 청소년을 교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소년법 개정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교화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 보호처분 외에 청소년을 교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보호처분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년법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이현곤 변호사는 “청소년을 엄벌해서 소년범죄가 줄었다는 과학적인 통계는 전혀 없다. 엄벌주의가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라며 “소년법에 규정하지 않은 피해자 보호방안 등을 신설하거나 범죄예방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년법 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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