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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속 ‘꿈틀’… 희망 가리킨 소녀의 손가락

콘크리트 속 ‘꿈틀’… 희망 가리킨 소녀의 손가락

김민희 기자
입력 2017-09-21 18:06
업데이트 2017-09-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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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 무너진 학교 건물 12살 아이 생존… 24시간 버텨

구조대 빗속 사투 TV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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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서 규모 7.1 강진…빌딩 무너지고 수만명 대피
멕시코시티서 규모 7.1 강진…빌딩 무너지고 수만명 대피 멕시코에서 19일(현지시간) 오후 1시 15분쯤 규모 7.1의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다.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는 30초간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한 고층 건물의 중간 부분이 붕괴되고, 관공서 건물 일부가 길거리로 떨어져 내라면서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피신하기도 했다. 2017.09.20 사진=AP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남쪽에 있는 엔리케 레브사멘 학교. 전날 오후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인해 학교는 형체도 찾아볼 수 없이 무너져 있었다. 어린이를 포함해 35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져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이곳에서는 이웃 주민과 경찰, 군인, 소방관들이 줄을 지어 콘크리트 더미를 끊임없이 파내고 있었다.

구조대가 무언가를 발견한 것은 그때였다. 산산이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작은 손가락이 삐죽 나와있었다. 이를 발견한 구조대는 다급히 외쳤다. “내 말이 들리면 손을 움직여 봐!” 잠시 뒤 손가락은 미약하게 까딱거렸다. 구조대는 즉시 구조견을 동원해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잔해 사이로 난 작은 구멍을 통해 구조대는 대화를 시도했다. 건너편에는 프리다 소피아라는 이름의 12세 소녀가 갇혀 있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 만 하루가 다 되어 가는 시점이었지만 놀랍게도 소피아는 살아 있었다. 지진 당시 석제 테이블 밑에 엎드려 있어 목숨을 구했다. 구조대는 소피아에게 물과 산소를 공급해 가며 21일 새벽까지 구조작업을 계속했다. 비까지 내려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소피아를 구하기 위한 구조대의 사투는 TV를 통해 멕시코 전역에 생중계됐다. 멕시코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가야, 우리 모두가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단다”, “부디 모든 장애물이 제거돼 구조대가 널 구할 수 있기를” 등등 응원의 글을 남기고 있다. 소피아의 손가락은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여기에 힘입어 수천 명의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이 소피아 같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간이 갈수록 매몰자가 생존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상황이라 구조당국은 수색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멕시코 전역에 3일간의 애도 기간을 공포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트위터에 “일분 일초가 중요하다. 이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멕시코 지진으로 인해 245명이 사망하고 2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2017-09-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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