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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에 대한 여러가지 기억, 진실은

살인 사건에 대한 여러가지 기억, 진실은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7-09-22 18:06
업데이트 2017-09-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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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책/E O 키로비치 지음/이윤진 옮김/민음사/484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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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저녁 미국의 한 저명한 교수가 끔찍하게 살해된다. 용의자는 프린스턴대 영문과를 다니는 한 모범생. 하지만 27년 후 뉴욕의 출판 에이전시에 이 남자가 보낸 한 편의 소설 원고가 도착하면서 사건의 새로운 실마리가 드러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의 기억은 거짓말처럼 조금씩 다르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과연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진실한 것일까.

루마니아 출신의 작가 E O 키로비치의 심리 스릴러 소설 ‘거울의 책’은 세 남녀의 미묘한 관계와 한 교수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를 꿈꾸는 리처드 플린은 같은 학교 심리학과 대학원생 로라 베인스와 한 숙소에 머물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로라와 사귀면서 미국 심리학계 스타 조지프 와이더 교수를 알게 된 리처드는 그의 커다란 서재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돕게 되며 자연스럽게 그의 집에 드나든다. 그러던 리처드에게 문득 로라와 와이더 교수의 관계가 생각보다 가까워 보였고, 이 의심은 질투로 번진다. 어느 날 리처드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와이더 교수는 며칠 후 자신의 저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지만 끝내 범인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리처드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소설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또 다른 세 사람의 화자를 통해 이 미제 살인 사건을 추적한다. 리처드의 소설을 건네받은 이들은 뉴욕 출판 에이전트 피터 카츠, 카츠의 제안으로 수사를 떠맡게 된 전직 미스터리 잡지 기자 존 켈러, 27년 전 와이더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로이 프리먼이다. 작가는 세 화자가 만난 목격자들이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기억의 방’이 얼마나 다르게 생겼는지 안내한다. 소설은 인간이 기억하는 세계가 얼마나 주관적이고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좇는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개개인의 욕망이며, 사실을 들여다보는 창이 아니라 결국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

작가는 어머니, 형과 함께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그가 영어로 쓴 첫 번째 책이기도 한 이 소설은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상상력이 객관적인 현실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 우리만의 주관적인 현실로 만들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답변이다. 단순히 범죄 사건의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것 이상으로 기억이라는 신비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09-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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