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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마음” “거스름돈은 면전서 확인”…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

“머리를 마음” “거스름돈은 면전서 확인”…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7-10-09 22:38
업데이트 2017-10-0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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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름돈은 면전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전시탑 매표소)

“꺼져 너의 화성을 남긴 너의 사랑이다.”(중국 장시성 싼칭산 등산길)

이처럼 외국 관광지 곳곳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한국어가 적지 않다. 외국 관광지에 한글 안내문이 등장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엉터리 해석들이 보는 이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올바른 번역은 ‘거스름돈은 창구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와 ‘담배는 꺼 주시고 사랑을 남겨 주세요’다. 세계 곳곳에 나도는 엉터리 한국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시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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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재단의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이벤트에 제보된 사진. 중국 윈난성 다리고성 내 안내판.  세종학당재단 제공
세종학당재단의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이벤트에 제보된 사진. 중국 윈난성 다리고성 내 안내판.
세종학당재단 제공
세종학당재단의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이벤트에 제보된 사진.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전시탑 매표소 안내문. 세종학당재단 제공
세종학당재단의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이벤트에 제보된 사진.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전시탑 매표소 안내문.
세종학당재단 제공
세종학당재단의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이벤트에 제보된 사진. 중국 허난성 타이항산의 안내판. 세종학당재단 제공
세종학당재단의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이벤트에 제보된 사진. 중국 허난성 타이항산의 안내판.
세종학당재단 제공
●세종학당재단 ‘엉터리 한국어’ 조사

세종학당재단은 지난 5월 29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이벤트 결과를 9일 공개했다. 모두 70명이 참여했고, 224건이 접수됐다. 54개국, 171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의 현지인 학생들도 한국어 실력을 발휘해 제보에 적극 참여했다.

엉터리 한국어 안내문은 관광지 안내판이 6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식당 메뉴판 37건, 상점 36건, 일반 안내판 26건, 공공화장실 12건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 112건, 일본 63건, 대만 26건, 필리핀 3건, 미국 3건 등 순이었다. 재단은 “엉터리 한국어 안내문은 주로 현지어 원문을 단어별로 직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웨이하이시 영성동물원에 있는 안내판에는 ‘免费无线已覆盖, Free WiFi Service Area, 무료 무선 이미 덮어쓰기’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말로는 ‘무료 무선 인터넷 서비스 지역’ 정도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免费’, ‘无线’, ‘已’, ‘覆盖’라는 네 단어를 문맥과 상관없이 각각 번역하면서 원문과는 전혀 다른 뜻이 돼 버렸다.

‘严禁敲砸, 금지된노크훌륭해’, ‘Mind your head, 머리를 마음’이라고 적힌 안내판도 있었다. 각각 ‘때리거나 부수지 마세요’,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주의하세요’가 옳은 번역이다.

●관광지 안내문 번역 오류 가장 많아

엉터리 한국어를 제보한 중국인 훙미미는 “상하이 구베이에 있는 가게들은 한국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어 안내문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어를 제대로 아는 직원이 아예 없다”며 “온라인 무료 번역을 주로 이용하는데 틀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특히 엉터리 안내문 중에는 ‘안전’과 관련된 내용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의 공항과 관광지 안내판에서는 ‘매달린’, ‘조심하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엄금 뛰어넘더 흩뿌리다 잡용’, ‘조심하다 물에 빠졌’, ‘엄금 기어오르다’ 등 이해가 불가능한 한국어를 많이 볼 수 있다. 각각 ‘서비스 중지’, ‘머리 조심하세요’, ‘물건을 던지지 마세요’, ‘물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올라가지 마세요’ 등 모두 안전과 관련된 안내문이었다.

엉터리 한국어 찾기 이벤트에 참가한 대만인 에밀리 퉁은 “한국어는 한국의 얼굴이며 세계 곳곳의 한국어는 한국의 국력을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한국인과 정부가 나서서 엉터리 한국어를 찾고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미경 세종학당재단 콘텐츠지원부장은 “현지인과 현지 정부가 한국 관광객을 배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국어 안내문을 만들었기 때문에 무작정 번역이 틀렸다고 비난하긴 어렵다”면서 “한국의 유관 공공기관들이 번역 오류가 많았던 표현들을 바로 고쳐 안내하고, 전 세계 세종학당 학생과 한국 관광객의 관심을 바탕으로 민관이 협력해 엉터리 한국어를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1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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