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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차가운 수영장’서 6시간 견뎌 살아남은 美노부부

산불 피해 ‘차가운 수영장’서 6시간 견뎌 살아남은 美노부부

입력 2017-10-14 09:30
업데이트 2017-10-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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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터로사의 주택에 살고 있던 존 파스코(70)와 부인 잔(65)은 지난 8일 밤 수 마일 밖에서 산불이 난 것을 어렴풋이 알아챘다고 한다. 나무타는 연기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10월의 건조기에는 소소한 산불들이 끊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국의 대피 명령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침실로 들었다고 한다.

몇 시간 후 새벽에 이들은 딸로부터 “빨리 대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부부가 서둘러 몇 가지 물건을 들고 자동차로 뛰어들어 문밖을 통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미 대피로는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그것은 화염의 벽이었다”고 부인 잔은 13일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노부부는 911에 전화를 걸었다. 911 신고 접수원은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잔은 “이웃집 수영장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는 이웃집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집이 타들어 가는 것을 지켜봤다. 바로 수영장 옆의 나무로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뜨거운 열기가 불어닥치자 남편 존은 부인에게 “지금이야”라고 말했고, 두 사람은 함께 물속으로 잠수했다.

두 부부는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입고 있던 티셔츠로 얼굴을 가리고 잠깐 수면위로 나와 숨을 쉰 뒤 다시 잠수하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불씨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잔은 “물이 너무 찼다. 누군가 구하러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계속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두 부부는 1m 20㎝ 깊이의 차가운 물 속에서 견디기 위해 서로 부둥켜안고 있으면서 “집이 모두 타는 데 얼마나 걸릴까”만 생각했다고 한다.

약 6시간이 지난 후 날이 밝고 불길이 잦아들자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판단한 이들은 수영장 밖으로 나왔다. 밖의 기온은 섭씨 12도 정도였지만 6시간을 물속에서 견디다 온몸이 흠뻑 젖은 채 나온 이들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노부부는 오전 8시 30분께 딸을 만나 생존의 기쁨을 나눴다.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사망자 수는 31명으로 증가했고, 가옥과 상가 3천500채가 불에 탔으며 화재 닷새째인 13일 오후에도 여전히 2만여 명이 대피소에 남아있다. 여전히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고, 실종자 수도 수 백 명에 달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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