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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중률 97%” 트럼프 미사일방어 자랑에 “위험한 과신”

“명중률 97%” 트럼프 미사일방어 자랑에 “위험한 과신”

입력 2017-10-20 17:04
업데이트 2017-10-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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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ICBM 한발당 요격미사일 4발 발사시 명중률…北ICBM 늘리면 뚫릴 확률 확 높아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미국의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요격 미사일이 미국을 목표로 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중에서 맞혀 파괴할 확률이 97%라고 말한 이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잉 자신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그렇게 믿는다면 대북 선제타격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으며, 이는 북한이 ICBM을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도록 서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선제타격이 임박한 징후가 보이면 그것에 자신들의 핵전력이 파괴되기 전에 먼저 핵무기를, 그것도 한꺼번에 선제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요격률 97%라는 수치 자체에 대한 오해가 우선 문제다. 요격 미사일 단발의 명중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북한의 ICBM 한 발에 요격 미사일 4발로 대응할 때의 명중률이다.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로라 그레고는 지난 13일 이 단체 웹사이트 블로그에서 미국의 중간단계 미사일 방어 체제(GMD)의 단발 명중률은 40-5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9년부터 지금까지 18차례 시험에서 9차례 목표물을 파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면 50%, 실전 배치된 2004년부터 계산하면 10차례 중 4차례 성공했으니 40%에 지나지 않는다. 거꾸로 실패율은 각각 50%, 60%이다.

이들 시험이 실제 상황이 아닌 “일종의 각본에 따른” 점은 논외로 치고, 북한의 ICBM 한 발당 요격 미사일 4발을 쏘면, 요격미사일 4발 모두 실패할 확률, 즉 북한의 ICBM이 미사일방어망을 뚫을 확률이 6-13%나 된다. 실패율 0.5×0.5×0.5×0.5 = 0.0625이고, 실패율 0.6×0.6×0.6×0.6 = 0.1296이다.

북한이 미국에 핵 공격을 가할 경우 단발만 쏠 리 없다. 5발로 공격한다면 미국 측은 총 20발로 요격에 나서겠지만 북한의 5발중 단 한발이라도 요격을 피해 타격에 성공할 확률은 28-50%로 크게 올라간다. 미국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이 수치마저 미국 입장에서 요격 미사일의 실패가 유도장치의 설계 오류 등과 같은 공통된 원인이 아니라든가 북한이 교란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나 가능하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 조교수 등도 17일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일방어망에 대한 과신이 “치명적인 오산과 핵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하며 미사일방어망 능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매우 위험스럽게 그릇됐다”고 강조했다.

요격률이 97%라면, 미국의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은 북한의 ICBM 몇발이 미국을 공격하게 되더라도 모두 파괴할 수 있으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도시가 파괴될 것이라는 염려없이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나랑 조교수 등은 요격미사일 시험에서 목표물을 맞히기는 했으나 파괴에 실패한 사례 1건도 성공 사례로 간주, 18차례중 10차례 성공한 것으로 봐서 단발 명중률을 56%로 계산했다.

18차례 시험중 ICBM 목표물을 대상으로 한 시험은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는 점을 차치하고, 북한의 ICBM 한 발당 요격 미사일 4발을 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97%라는 명중률은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ICBM을 11발 발사할 경우 미국은 올해 말까지 보유 목표인 요격 미사일 44발을 모두 소진하고도 11발을 모두 파괴할 확률은 66%로 떨어진다. 미국의 대도시가 핵 공격에 파괴될 확률이 34%에 이르는 것이다. 북한이 18발 발사하면 50%로 올라간다.

더구나 미국의 요격 미사일이 북한의 ICBM을 만나는 곳이 러시아 극동 상공라는 점도 문제다. 러시아의 조기경보체제가 자국으로 날아오는 수십 기의 미국 요격 미사일을 자국을 공격하는 ICBM으로 오인하는 날이면 미국과 러시아 간 핵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나랑 조교수 등은 “미국이 한밤중일 때 북한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잠들지 않고 폭스뉴스를 시청하다 이를 보고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명령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진정시킬 보좌관들은 모두 잠든 상태에서 이 명령은 그대로 실행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들버리 국제연구소의 비확산 전문가인 조슈아 폴락 선임 연구원은 18일 군사전문 매체 ‘디펜스 원’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미사일방어체제의 요격 미사일 단발 성공률을 50-55%로 봤다.

이를 60%로 약간 높이면 요격 미사일 4기를 동시 발사했을 때 성공률 97%가 나오지만,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 SBX레이더의 취약점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최상의 조건을 가정했을 때의 수치이다.

폴락 연구원은 북한의 대미 ICBM 공격 능력에 대해서도 고성능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부족과 이들 차량이 미국의 감시를 피해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는 포장 간선 도로의 부족 등을 들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결국 “난타전 끝에 비틀거리며 간신히 링에 서 있는 권투선수 2명 중 누가 이길지는 전적으로 운에 달려 있는” 형국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참여과학자모임의 로라 그레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중률 97% 발언이 북한의 ICBM으로 미국을 위협해선 안된다는 것을 선언함으로써 체면 손상없이 북한과 충돌을 피하려는 뜻이거나, 그런 자신감이 북한의 대미 위협을 포기토록 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것이라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릇된 보고를 받고 정말 명중률 97%를 믿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그는 우려했다. 특히 지금까지 400억 달러(45조3천억 원)나 투입해 이미 오래 전에 실전배치했다는 미사일방어체제는 당연히 실효성 있게 작동해야 마땅한 만큼, 정부 관리들이 실제론 그렇게 실효성이 없는 것을 과대포장하고 있을 가능성을 그는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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