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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공격한 경총 “정기상여 포함을”… 노동계 “재계 꼼수”

최저임금 공격한 경총 “정기상여 포함을”… 노동계 “재계 꼼수”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7-11-23 23:52
업데이트 2017-11-2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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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입 범위 개편 시한 한 달… 경총發 최저임금 논란 재가열

연말연시를 앞두고 최저임금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30년 만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을 논의해 보기로 한 가운데 그 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와 노동계가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 가중과 고임금 근로자까지 수혜를 보게 되는 현행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노동계는 “어떡해서든 임금을 높여 주지 않으려는 재계의 꼼수일 뿐”이라며 개편 논의 자체는 필요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찬포럼에 참석, 인사말을 한 뒤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찬포럼에 참석, 인사말을 한 뒤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영배 부회장 반년 만에 포문 열어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찬포럼 인사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인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선하지 않은 채 내년을 맞게 되면 전 산업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상여금은 물론이고 숙식비까지 포함해 최저임금을 산출하는데 한국은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포함할 뿐 상여금, 비고정 수당은 제외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정기상여금 등 근로자들이 지급을 보장받는 임금의 상당 부분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하지 않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연봉 4000만원을 넘게 받는 대기업 직원도 최저임금 대상자로 분류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대기업 고임근로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경우가 초래되고 있다”면서 “이는 최저임금 제도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고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기상여금과 숙식비 등 근로자가 지급받는 임금 및 금품은 모두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경총이 최선을 다할 계획으로 경영계의 입장을 다시 국회에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 단체들 “영세업체도 피해”

경총 등 재계 단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된 이후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긍정적 취지와는 별개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면 영세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 직무수당, 직책수당 등 매달 한 번 이상 정기적이나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들어간다.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럴 경우 대기업 신입사원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로 분류된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한 외국계 기업 노무담당 임원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연봉이 4500만원에 달하는 대리급 젊은 직원까지 최저임금 대상자로 분류돼 최저임금 기준에 맞춰 임금을 올려 줘야 하는 처지”라면서 “최저임금 1만원의 취지는 현재 1600만원 정도 받는 근로자의 연봉을 2500만원 수준으로 올려 주자는 것이지, 4000만원을 받는 근로자의 연봉을 6000만원까지 올려 주자는 취지는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재계는 특히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정부의 뜻대로라면 적어도 2년간 올해와 같은 수준(16.4%)으로 계속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16.4%)은 과거 5년 평균인상률(7.4%)보다 높다. 이 때문에 평균인상률을 초과한 9% 포인트에 상응하는 12만원과 노무비용 등 추가 부담액(1만원)을 합한 금액을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계 “산입 범위 확대는 취지 훼손”

하지만 노동계는 현재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히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만 가져온다며 반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넣으면 저임금 근로자의 안정적 생계를 보장하자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강훈종 한국노총 대변인은 “지금처럼 복잡한 임금체계를 만든 것은 노동계가 아닌 재계”라면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재계가 어떻게든 꼼수를 써 피하려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을 빌미로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노총 “4000만원 대상은 너무 과장”

강 대변인은 “경총 등이 주장하는 4000만원 최저임금은 매우 과장된 사례”라면서 “사례에서 적용된 월평균 근무시간은 240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등 적절치 않은 사례로 문제는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금도 현장에서는 임금총액은 그대로 두고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식대 등을 기본급화해 임금 구성 항목만 사용자 임의로 변경해 최저임금만 맞춰 주는 탈법적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면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는 이런 편법과 불법을 합법화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7-11-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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