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시아파 후티와 협력하다 최근 사우디와 ‘줄타기’ 시도 분석
예멘을 33년 통치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이 한때 동맹 관계였던 후티 반군에 잔혹하게 살해당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살레 전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그다음 해 사실상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정치적 술수는 계속 이어졌다.
살레는 2012년 퇴출된 뒤 예멘의 과도 정부를 흔들려고 후티 반군과 정략적으로 손을 잡았다.
현재 예멘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시아파 후티 반군의 2014년 9월 수도 사나 점령도 살레의 개입이 배경이라는 게 정설이다.
살레는 과거 한때 이란과 가까운 후티에 적대적이었으나 과도정부를 거쳐 평화적으로 정권이양이 되면 정치적 입지를 영영 회복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 ‘과거의 적’과 협력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은 후티 반군뿐 아니라 살레에 충성하는 무장 대원들과도 전투를 벌였다.
노련한 모략가로도 평가받는 살레는 후티와 협력을 도모하면서도 끊임없이 살 길을 모색했다.
살레는 시아파인 후티 반군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최근 수니파 강국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관계 개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난 2일 사우디 주도의 동맹군이 예멘 봉쇄를 풀고 공격을 중단한다면 휴전 중재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사우디와 후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정치적 역할을 시도한 것이다.
사우디는 즉각 이 제안을 환영했으나 후티 반군은 그를 비난하며 이를 거부했다.
후티 반군은 이날 살레를 살해하고 나서 “반역자들의 우두머리를 죽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살레가 후티와 관계를 끊고 사우디 측에 붙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고 본 것에 대한 공개적 비난성 발언인 셈이다.
살레의 피살은 살라가 전날 밤 후티 반군과의 파트너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다음날 발생했다고 알아라비야는 전했다.
결국, 살레는 3년 가까이 동지로 지냈던 후티 반군에 ‘반역자’라는 낙인을 받은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