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열대 지역과 동계 스포츠
나이지리아 봅슬레이와 싱가포르 쇼트트랙 선수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선다. 열대 아프리카와 ‘상하(1년 내내 여름)의 땅’에서 웬 겨울 스포츠냐고 하겠지만 당당히 출전권을 딴 선수들이다.내년 평창에서 아프리카 선수 최초로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나이지리아 여자 대표팀의 세운 아디군(왼쪽부터)과 은고지 온우메레, 아쿠오마 오메오가.
IOC 홈페이지 캡처
IOC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북아메리카컵 13위를 차지하며 평창 티켓을 확보한 뒤 참가 경비를 모금하려고 크라우드펀딩에 나섰다가 2000년부터 올림픽 및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선수와 유망주에게 장비와 훈련경비 등을 제공한 팀 비자와 인연이 닿았다. 이상화(스포츠토토)와 교포 2세 클로이 김(미국)도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 샤이엔 고(18)는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1500m 출전자 36명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중국 상하이월드컵 3차 대회 예선 7조에서 앞선 주자들이 넘어지는 바람에 행운의 2위를 차지한 게 결정적이었다. 물론 싱가포르는 동계올림픽 첫 참가다. 지난 2년 동안 그를 조련한 1994년 릴레함메르와 1998년 나가노 대회 연속 2관왕 전이경(41) 감독은 “티켓을 딸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국내 방송의 해설자로 후배들의 선전을 응원하려다가 20년 만에 지도자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빙상 한류’인 셈이다.
세르미앙 응(싱가포르) IOC 집행위원은 최근 서울 포럼에서 “이런 게 바로 레거시”라고 자랑스러워했다. 평창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이어질 레거시로 아시아 동계스포츠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겠다고 약속했다. 동남아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초청해 동계올림픽 꿈을 품게 하는 드림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12-06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