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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케이크 둘러싼 미국 동성애 ‘문화전쟁’…대법원서도 팽팽

웨딩케이크 둘러싼 미국 동성애 ‘문화전쟁’…대법원서도 팽팽

김지수 기자
입력 2017-12-06 11:19
업데이트 2017-12-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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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신념 이유로 동성커플 웨딩케이크 주문 거부한 제과점 주인

‘표현의 자유’vs‘동성애 차별’, ‘케이크는 음식’vs‘메시지 담긴 작품’ 논박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성적 취향을 근거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반차별법을 둘러싼 미국의 ‘문화전쟁’이 연방 대법원 무대를 옮겨갔다.
대법원 앞 시위대의 모습 [EPA=연합뉴스]
대법원 앞 시위대의 모습 [EPA=연합뉴스]
몇 년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웨딩케이크 사건’의 대법원 첫 심리가 5일(현지시간) 열렸다. 이전처럼 양측의 팽팽한 공방이 펼쳐졌다.

논쟁은 콜로라도주의 한 제과점 주인이 동성 커플의 웨딩케이크 제작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제과점 주인의 이름을 따 ‘잭 필립스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2012년 7월 찰리 크레이그와 데이비드 멀린스 커플은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메사주세츠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콜로라도주에서 축하파티를 하고자 필립스의 제과점에 웨딩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러나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인 제과점 주인 필립스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웨딩케이크 제작을 거부했고, 크레이그 커플은 그가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건 게 시작이다.

이 소송은 2015년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한 법원 결정과 맞물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90분간 진행된 이 날 심리에서 9명의 대법관은 양측 변호인의 주장을 거듭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 4명은 크레이그 커플의 논리에,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들은 제과점 주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일반적으로 보수로 분류되지만 동성애자 권리 옹호의 편에 서 왔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캐스팅 보트로 여겨진다.

크레이그 커플 측은 동성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고, 필립스 측은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진보적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음식의 주목적은 먹는 것”이라고 하자, 필립스의 변호인은 “케이크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반박했다.

필립스는 자신을 ‘케이크 아티스트’라 부르며 종교적 신념과 어긋나는 것은 만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정부도 필립스 편에 섰다. 노엘 프란시스코 법무부 차관이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란시스코 차관은 “흑인 조각가한테 KKK를 위해 십자가를 빚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 관심이 대단한 만큼 장외전도 떠들썩했다.

법정 안도 북적였고, 건물 밖에선 수백 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였다. 필립스 지지자들은 “잭, 우리가 뒤에 있다”는 외쳤고, 반대편은 “사랑은 승리한다”로 응수했다.

심리 후 멀린스는 기자들에게 “필립스는 우리에게 마치 ‘2등 시민’과 같은 굴욕감을 줬다”며 재차 비판했다.

필립스는 이 사건 이후 살해 위협과 폭행 등을 당했으며 가게는 겨우 유지만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내 가족과 직원을 먹여 살리는 것, 신과의 관계를 모독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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