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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생생 리포트] 남편에게 복종하라… 최고의 혼수는 ‘정조’다?

[특파원 생생 리포트] 남편에게 복종하라… 최고의 혼수는 ‘정조’다?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12-08 17:46
업데이트 2017-12-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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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여성도덕’ 교육학원 동영상 일파만파

“女노예 만드는 학원” 비난 일자 폐쇄명령
아버지·남편에 의해 대다수 강제로 입학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의 한 여성도덕 학원이 최근 여성 차별 교육을 실시해 거센 비판을 받고 폐쇄됐다. 이 학원 수강생들이 남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법을 배우는 모습. 바이두 캡처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의 한 여성도덕 학원이 최근 여성 차별 교육을 실시해 거센 비판을 받고 폐쇄됐다. 이 학원 수강생들이 남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법을 배우는 모습.
바이두 캡처
“남편에게 무조건 복종하라. 때리면 맞아라. 세 명 이상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져 정액이 섞이면 독이 돼 죽을 수 있다. 가장 귀한 혼수는 정조다.”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의 한 ‘여성도덕’ 교육학원의 강의 동영상이 중국 여성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 동영상 공유사이트를 통해 퍼진 이 학원의 강연 내용은 “절대로 이혼하지 마라. 남편이 무엇을 요구하든 아내의 대답은 ‘예, 즉시 하겠습니다’여야 한다.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는 망한다” 등으로 채워져 있다.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이 학원은 2011년 문을 열었다. 전통문화 교육을 통해 교양 있는 여성을 육성한다고 선전해 왔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가정주부였다. 영상에 등장한 한 여성은 “남편이 여성의 가치와 복종을 배우라고 나를 여기에 보냈다”고 말했다.

동영상이 퍼지자 중국 여성들은 분노했다. “여성 노예를 만드는 학원”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푸순시 당국은 즉각 현장 조사에 나서 “사회주의 가치관에 위배되는 학원”이라며 폐쇄 명령을 내렸다. 학원 측은 “일부 강연이 와전된 것”이라고 항의했지만, 강제로 폐쇄됐다. 인민일보는 지난 5일 평론을 통해 “여성도덕이란 허울뿐인 명분으로 전통문화를 욕되게 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의 한 여성도덕 학원이 최근 여성 차별 교육을 실시해 거센 비판을 받고 폐쇄됐다. 여성도덕 학원 수강생들이 승무원 복장을 하고 책을 머리에 인 채 예절교육을 받고 있다. 바이두 캡처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의 한 여성도덕 학원이 최근 여성 차별 교육을 실시해 거센 비판을 받고 폐쇄됐다. 여성도덕 학원 수강생들이 승무원 복장을 하고 책을 머리에 인 채 예절교육을 받고 있다.
바이두 캡처
문제는 ‘여덕반’(女德班)이라고 불리는 이런 학원이 중국 전역에서 성업 중이라는 데 있다. 학원생들은 대부분 아버지나 남편에 의해 강제로 입학당했다. 인민일보는 “가장들의 잘못된 교육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항적인 딸이 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요조숙녀가 되고, 남편에게 대들던 아내가 ‘삼종지도’에 충실한 현모양처가 된 ‘성공 스토리’로 가부장적인 아버지들과 남편들을 꾀어냈다. 신경보는 “학원들은 강연 동영상 판매, 출판, 심지어 미용실 운영 등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허베이성 전통문화연구회 부회장인 딩쉬안은 ‘여덕(女德) 대모’로 불리는 유명 강사다. 딩쉬안은 지난 5월 한 대학 강연에서 “미니스커트 착용은 부모를 욕보이는 짓이다. 여자는 종족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남자를 바꿔서는 안 된다. 강간은 집안의 수치이므로 발설해선 안 된다”는 망언을 했지만, 여전히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신중국 수립 당시 헌법에 남녀평등을 규정했다. 마오쩌둥 주석은 “세상의 반은 여성”(婦女能頂半邊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남녀 차별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남아 있다. 딩쉬안은 여권 신장을 책임지는 공산당 중앙 기관인 전국부녀연합회의 초빙 강사다. 상하이 부녀연합회는 지난 10월 ‘가정폭력 남편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공식 웨이보에 올렸다. “남편이 폭력을 휘두를 때 조용히 남편을 안으면 처음에는 더 때리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찌할 바를 모르고 폭력을 멈춘다. 남편이 후회하기 시작하면 부부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진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12-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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