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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교통안전, 행복사회] 유모차 동반 승객 대중교통비 무료… 엄마들 휘바휘바!

[2017 교통안전, 행복사회] 유모차 동반 승객 대중교통비 무료… 엄마들 휘바휘바!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7-12-12 22:42
업데이트 2017-12-1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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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끝> ‘교통약자들의 천국’ 핀란드 헬싱키를 가다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는 게 왜 힘든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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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센트럴스테이션 앞 버스 정류장에서 피리타 발코넨이 아이를 태운 유모차와 함께 버스 후문으로 탑승하고 있다. 헬싱키에서는 유모차를 동반하면 대중교통 운임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헬싱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센트럴스테이션 앞 버스 정류장에서 피리타 발코넨이 아이를 태운 유모차와 함께 버스 후문으로 탑승하고 있다. 헬싱키에서는 유모차를 동반하면 대중교통 운임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헬싱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난 피리타 발코넨(35)은 3개월 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태연하게 밀고 있었다. 집이 어디냐고 묻자 “헬싱키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카르타논코스키”라고 답했다. 유모차를 끌고 여기까지 어떻게 나왔느냐는 질문에 발코넨은 “일주일에 두세 번은 3개월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온다”고 말했다.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는 것이 불편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손사래를 치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오면 대중교통 이용료가 무료”라면서 “첫째 아이(5살)와 남편과 같이 나올 때는 가끔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시내에는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고 주차비도 비싸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한국 서울에선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려면 엄마 혼자서 쉽지 않고 주변에서 누군가가 도와줘야 해 불편하다”고 하자 발코넨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발코넨은 “가끔 버스비를 내지 않으려고 유모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5~6세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버스에 타는 엄마도 있다”며 웃었다. 그만큼 유모차를 갖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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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 센트럴스테이션 인근에서 빛을 반사하는 소재로 만든 안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핀란드 헬싱키 센트럴스테이션 인근에서 빛을 반사하는 소재로 만든 안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당시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헬싱키 시내에는 발코넨을 비롯해 유모차를 동반한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버스와 트램(노면 전동 차량)은 모두 저상으로 설계돼 있어 유모차와 함께 타고 내리는 것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대중교통 이용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환경이었다.

더욱이 유모차에 태운 아기를 동반한 승객들에게 요금을 부과하지 않으니 헬싱키는 그야말로 ‘교통 약자들의 천국’이라 불릴 만했다. 세팔라 유시 헬싱키시 교통 엔지니어는 “유모차를 끌고 버스 앞문으로 승차하면 다른 승객들과 뒤섞여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유모차가 타고 내리기 편하도록 뒷문을 이용하도록 하면서 유모차를 동반한 승객에게 운임료도 받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를 위한 교통안전 체계도 돋보였다. 헬싱키 시내 한쪽에선 네다섯 살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빛이 반사되는 소재가 부착된 옷을 입고 지도교사의 지시에 따라 차도를 건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헬싱키시 관계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1주일에 한두 번 지도교사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관계자들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거리로 나올 때 자발적으로 반사 소재가 부착된 안전복을 입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에게 “헬싱키 사람들은 교통안전 의식이 투철한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교통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니 거리에서 안전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핀란드에서는 교통 안전 교육이 어릴 때부터 의무화돼 있다”고 말했다.

헬싱키시는 또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별도의 전용 버스 노선도 운영하고 있다. 유시 엔지니어는 “노인과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별도의 버스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일반 승객들도 이용할 수 있지만 노선이 노인과 장애인 시설로만 다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전용 노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헬싱키는 2020년까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를 4명 이하로 줄이고 부상자를 490명 이하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부 계획으로 24세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 교통사고의 사상자 비율을 크게 낮추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시는 ‘어린이 대상 교통안전 교육 확대’, ‘교통안전 주제별 캠페인 확대’, ‘교사 대상 교통안전 교육 확대’,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교통안전 가이드 수립’, ‘학교 전용 교통안전 정책 수립’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핀란드는 2015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5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헬싱키는 교통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통 정책이 발달한 도시로 꼽힌다. 동행한 김기용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헬싱키는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안전에 취약하거나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교통 약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특화돼 있는 도시”라면서 “교통 약자들은 교통 정책에서 소외되기 쉽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통 정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싱키 특별기획팀 maeno@seoul.co.kr

■특별기획팀

이영준·박재홍·문경근·박기석·이하영 기자
2017-12-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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