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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노인에게 패딩 벗어준 중학생들 “어른들은 그냥 지나가…”

쓰러진 노인에게 패딩 벗어준 중학생들 “어른들은 그냥 지나가…”

오세진 기자
입력 2017-12-14 15:03
업데이트 2017-12-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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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할아버지에게 패딩 점퍼를 벗어 덮어주고 응급조치를 한 중학생들이 세간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추위에 쓰러진 어르신을 구한 중학생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사연이 알려지게 됐고, 민 의원은 다음 주 중에 학생들에게 국회의원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선행의 주인공들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중의 엄창민·정호균·신세현군이다. 학생들은 “할아버지가 추운 날씨에 누워 있어서 걱정됐다”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엄군과 정군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했다. 신군은 이날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다.

엄군은 지난 11일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한파가 급습했던 당일 오전 8시쯤 동대문구 답십리2동 청솔아파트 답십리시장 방앗간 근처에서 한 할아버지가 쓰러졌다.

이 때 길을 지나던 엄군과 정군, 신군이 쓰러진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곧바로 응급조치를 했다. 엄군은 “할아버지가 길 중간에 ‘대자’로 누워계셨다”면서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할아버지가) 계속 누워계시면 동상에 걸릴까봐 어깨랑 가슴 쪽을 쳐보니까 숨을 쉬셨다”고 전했다.

엄군은 할아버지를 일으켜 자신의 무릎에 기대게 했고, 정군은 119에 신고했다. 신군은 할아버지의 체온 유지를 위해 입고 있던 패딩 점퍼를 벗어 할아버지에게 덮어줬다고 한다.

이후 세 학생은 깨어난 할아버지를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줬다. 할아버지를 업었던 엄군은 “처음에는 좀 힘들었다. 계단 올라갈 때가 좀···. 그래도 집까지는 업어다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제가 업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가족들이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엄군은 덧붙였다.

지난 11일은 기말고사가 치러졌던 날이다. 엄군과 신군은 1학년이라 시험을 보지 않은 반면, 정군은 시험을 봤다. 할아버지를 돕느라 학생들은 뒤늦게 등굣길에 올랐고, 오전 8시 45분쯤 전농중 교문을 통과했다고 한다. 시험에는 비록 늦었지만 정군은 “괜찮게 봤다”고 말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사회자는 정군에게 ‘어떻게 그렇게 할아버지를 도울 생각을 했는지’를 물었다.

“그냥, 할아버지가 추운 날씨에 누워 있어서 걱정됐어요.” 정군이 답했다.

그러면서 정군은 ‘당시 어른들은 아무것도 안 하던가요?’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냥 쳐다만 보시고 그냥 지나갔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물었다. “그 어른들 보면서 무슨 생각 들었어요? 그냥 쳐다만 보고 지나가는 어른들 보면서.”

“왜 안 도와주나, 그런 생각했어요.”

사회자는 정군의 말을 듣고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제가 이 말 듣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딱 맞는 느낌입니다. 그래요. 그러니까 길거리에서 노숙인이든 또 술 취해서 앉아계시는 분이든 이런 분들 사실 보거든요. ‘저 사람들 저러다 집에 찾아가겠지’, 아니면 ‘그냥 저렇게 원래 사는 노숙인이겠지’ 하고는 우리는 무심코 지나갔던 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 눈에는 학생들 눈에는 저 사람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 같은데 왜 어른들은 그냥 지나가지라는 생각을 한 거죠.”

그러면서 “어른들 대표해서 제가 칭찬해 드릴게요. 앞으로도 이렇게 밝게 선하게 커주세요”라고 두 학생, 그리고 이날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한 신군에게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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