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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망 중립성 폐기… 업체별 인터넷 속도 차별 논란

美, 망 중립성 폐기… 업체별 인터넷 속도 차별 논란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7-12-15 22:34
업데이트 2017-12-1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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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사용료 따라 선별적 대우 가능

“새 아이디어·경제적 기회 박탈” 비판
“5G망 설치 위해 수익성 높여야” 환영


국내 통신업체 “우리도 폐기 논의해야”
IT업계 “벤처 경쟁력 훼손… 폐지 반대”


미국이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결국 폐기하면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망 중립성은 누구나 통신망(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데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다. 이런 권리가 폐기되면 통신사업자는 사용료에 따라 특정 서비스의 속도를 느리거나 빠르게 조절하는 등 ‘차별 대우’를 할 수 있다. SK텔레콤, KT 같은 통신사업자와 네이버, 카카오 같은 콘텐츠업체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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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규제 1960년대 수준 축소”
트럼프 “규제 1960년대 수준 축소”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1960년 이래의 각종 규제법안을 담은 서류 더미 앞에서 붉은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는 지난 11개월 동안 1500개의 예정된 규제 조치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이는 어떤 전임 대통령보다 많은 숫자”라며 규제를 1960년대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붉은 테이프는 관료들의 불필요한 요식행위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4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정책 폐기’ 최종안을 통과시켰다. 위원 5명 중에 공화당 추천인사 3명이 찬성했다. 이에 따라 AT&T, 버라이즌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지위는 기간통신사업자에서 부가통신사업자로 바뀌었다. 기간통신과 달리 부가통신사업자는 페이스북, 구글 등 대형 콘텐츠사업자(CP)에게 차별적으로 사용료를 부과하고 선별적인 대우를 할 수 있다.

이에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망 중립성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를 폐기하다니 매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 통신사들은 벽지 지역까지 망을 확대하고 5세대 이동통신(5G)망을 설치하려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망 중립성 정책 폐기를 크게 환영했다.

이런 반응은 국내에서도 똑같이 재현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라도 우리나라도 중립성 폐기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가 힘들게 개발하고, 깔고, 보수하는 인터넷망을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IT업계 관계자는 “망 중립성이 폐기되면 사용료를 내기 힘든 벤처기업의 온라인 서비스는 버벅거리거나 심지어 끊길 수도 있다”며 “그간 한국 인터넷산업의 성장 기반이었던 망 중립성이 폐기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경쟁력이 훼손된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정책 변화가 없는 만큼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망 중립성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기조가 언제까지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통신사업자가 특정 콘텐츠 사업자와 손을 잡고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료를 면제하는 ‘제로레이팅’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에게만 모바일게임 ‘포켓몬고’를 무료로 이용하게 한 것처럼 특정 콘텐츠에 대한 선별적 대우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망 중립성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7-12-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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