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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질문자 직접 선택…발언권 얻으려 인형까지 등장

대통령이 질문자 직접 선택…발언권 얻으려 인형까지 등장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1-10 13:26
업데이트 2018-01-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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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조율 없는 ‘열린 형식’…문 대통령 질문자 지명 ‘진땀’질문 요지 혼란스럽다 싶으면 즉석에서 기자와 문답한시간 남짓 17번 문답…‘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노래 흘러나와

“‘나도 눈 맞췄다’ 라고 일방적으로 일어서시면 곤란합니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본격적인 질의응답을 앞두고 문답 도중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혼란에 사전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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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 들고 질문권 요청
수호랑 들고 질문권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기 위해 수호랑을 들고 손을 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난 이날 회견은 사전에 질문 내용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는 미국 백악관 스타일로 진행됐다.

질문자를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새로운 회견 방식이 채택돼서인지 회견에서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윤 수석은 “대통령이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들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는 ‘유권해석’을 미리 내렸다.

회견장에 들어선 200여 명의 기자가 사방에서 손을 드는 통에 문 대통령은 누구에게 질문권을 줄지 결정할 때마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기자들은 대통령과 눈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두 손을 모두 들거나 종이와 수첩을 흔들기도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필사적인 질문 의지를 드러내는가 하면 한 기자는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들어서 눈길을 끌었다.

참석한 기자가 워낙 많았던 탓에 대통령과 눈을 맞춘 사람이 있었음에도 정작 질문은 옆에 있는 기자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문답이 질문을 마치면 대통령의 답을 듣는 식으로 이뤄졌지만 소위 ‘각본’ 없이 진행된 덕에 간혹 문 대통령과 특정 기자 간에 공을 주고받듯 문답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기자는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 사드 배치나 원전 이슈와 관련해 공약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사전에 한 기자당 하나의 질문만 해야 한다고 정한 규칙에 벗어났다고 생각했는지 문 대통령은 “질문을 하나만 선택해주길 바란다”고 되물었고 질문한 기자는 ‘대통령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한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가”라고 다시 묻기도 했다.

경제 성장률 전망을 묻는 말에는 더 내실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게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답변권을 넘기는 여유도 보였다.

예상 답변을 준비할 수 없었던 문 대통령은 특정 질문엔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및 2기 내각 구성의 방향성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질문이 뜻밖이다”라며 “아직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문제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대답했다.

회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유분방해서 폭소가 터지는 순간도 있었다.

‘지방분권 개헌과 지역균형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일정이 ’빡세(힘겨워) 보인다‘’는 비속어가 등장했고 한 외신기자는 꽤 유창한 한국말로 문 대통령에게 새해 인사까지 건넨 뒤 ‘지금부터 영어로 질문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대통령 관련 기사에 달리는 지지자들의 댓글을 두고 오간 문답은 유독 눈길을 끌었다.

한 기자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 기사를 쓰며 격한 표현과 함께 안 좋은 댓글들이 달린다”면서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활발하게 많은 댓글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모르겠다“면서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악플을 받은 정치인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저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국민의 의사 표시로 받아들인다“면서 ”기자들도 담담하게 생각하고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답에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회견 영상에 질문을 문제 삼는 댓글을 대거 남겼다.

이날 회견에 참석해 질문권을 얻었던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특파원은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현재 기자회견이 75분이나 지날 정도로 오래 진행되고 있어 놀랍다“며 ”전통적인 거대 매체가 아닌 많은 작은 매체나 지역 미디어가 다양한 질문을 하고 있다“고 썼다.

또 ”이 회견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 환영할만한 발전“이라며 ”기자들은 이전 정부와 달리 미리 사전에 짜여진 내용 없이 질문을 하고 있다. 이는 백악관과도 다르다 (Journalists are not pre-selected to ask questions, unlike previous administrations (and unlike the White House))“고 평가했다.

회견장에서는 회견을 전후로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긴장을 풀자는 뜻에서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기자회견에 어울린다는 뜻에서 김동률의 ’출발‘과 가야만 하는 길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가자는 뜻에서 윤도현의 ’길‘이 선곡됐다.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모두가 함께 가야 할 ’그곳‘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담겨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회견이 끝난 뒤 임종석 비서실장, 박수현 대변인,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등과 함께 여민관 직원식당을 찾아 점심식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식권함에 직접 식권을 넣고 일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줄을 서서 직접 배식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식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취임 직후인 작년 5월 12일 기술직 직원들과 메밀국수로 오찬을 함께 한 데 이어 이튿날인 13일에는 대선 당시 자신의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들과 산행을 한 뒤 구내식당에서 삼계탕 점심을 했다. 6월 9일에도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큰 행사를 치르고 난 뒤 휴식을 겸해 가볍게 식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청와대 전 직원이 신년회견을 준비하느라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식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처음 시도한 ’자유질의 신년회견‘ 형식에 대해 ”처음인데도 짜임새 있게 잘 된 것 같다“는 취지의 촌평을 참모들에게 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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