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리운 두런두런/정수자

입력 : ㅣ 수정 : 2018-01-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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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2005)/강요배 89.4×145.5㎝, 캔버스에 아크릴 서울대 대학원 회화과 졸업. 1998년 민족예술상 수상. 민족미술인협회장.

▲ 호박(2005)/강요배
89.4×145.5㎝, 캔버스에 아크릴
서울대 대학원 회화과 졸업. 1998년 민족예술상 수상. 민족미술인협회장.

그리운 두런두런/정수자

국으로 부엌에 드는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간밤 술을 쥐어박는 어머니의 칼질 소리

그 사이

쇠죽은 다 끓고

워낭이

흠흠 웃고

눈이 제법 쌓이는 걸, 싸락싸락 싸리비 소리

불 담은 화롯전을 타닥 탁 터는 소리

그 사이

구들은 더 끓고

까치 두엇

희게 울고

그리운 고향은 저 멀리에 있고, 품안 자식들 다 뿔뿔이 흩어져 옛 고장에는 늙은 어머니와 아버지만 남아 밥을 끓이며 산다. 어머니, 오늘 아침엔 눈 쌓인 마당을 싸리비로 쓸고 계신가요? 아버지, 새벽에 허연 입김을 뿜으며 쇠죽을 끓이고 계신가요? 저는 언제 고향에 돌아가 소의 워낭 소리를 들으며 절절 끓는 아랫목에 등을 대고 잠들 수 있을까요. 아직 손에 쥔 게 없어서, 이룬 게 없어서, 보잘 것 없는 제 남루가 차마 부끄러워서 돌아갈 수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 꼭 돌아갈게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아 사셔야 해요.

장석주 시인
2018-01-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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