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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여건 성숙 먼저’ 재확인…관건은 북미 ‘탐색대화’

문 대통령 ‘여건 성숙 먼저’ 재확인…관건은 북미 ‘탐색대화’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2-18 15:23
업데이트 2018-02-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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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가서 숭늉 찾는 격”…청와대 “북미대화 진전 있어야 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최소한 ‘탐색대화’를 통한 북미관계 진전 모멘텀 형성을 핵심 축으로 한 북핵 당사국 간의 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주문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공식 제안으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여론이 높아져 있지만 냉정한 태도로 다시 한 번 속도 조절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라는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갈 때 한반도 상황의 실질적인 진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찾아 “남북 정상회담에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일 김여정 특사를 통한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타진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답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적어도 현 정세에서는 정상회담이 당사자인 남북 정상의 의사만으로 추진될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한반도 주변 여건 특히 ‘핵 전선’을 그리고 있는 북한과 미국 간 환경 조성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이 시기적으로 빠르다는 것뿐 아니라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북미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대화도 진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구성,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 등 일련의 남북화해 기류가 확산하는 과정을 통해 북미 간 대화 무드가 성숙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조속한 정상회담 기대에 제동을 걸면서도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뤄지는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 기류에 따라 꿈쩍하지 않을 것 같았던 북미도 대화 필요성을 인식하는 움직임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는 현실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CBS 방송과의 인터뷰 예고 동영상에서 “외교장관으로서 나의 일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며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준비만 돼 있다면 언제든 무릎을 맞댈 수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두고 “지금까지 미국 고위급 인사가 한 말 중 가장 진전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의 압박을 얘기하던 미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먼저 대화하자고 제안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북한에 먼저 가지고 오라는 정도로 말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원래 구상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좋은 조짐이자 징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13일 “(북한과) 무엇을 얘기할지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아마도 그 논의가 어떻게 될지에 관한 예비대화를 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고,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을 외면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14일 “대화 기회가 있다면 미국의 확고한 (비핵화) 정책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북미 간 소통 정도에 따라 남북대화 수준도 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가 만나 얘기를 해봐야 남북대화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에 따라 남북대화의 속도와 폭, 깊이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북미대화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는 일각의 시각에 청와대가 무조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대화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마냥 북미대화만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이뤄질 때까지 정상회담을 무한정 보류시킬 수만은 없으며, 다만 미국도 밝혔듯이 본 대화를 앞둔 ‘예비대화’를 통해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정상회담은 얼마든지 추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정상회담 견인론’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가 북미 간 탐색대화를 견인하고 이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여지가 넓어지며 종국적으로 본격적인 북미 간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 특사 역시 이런 프로세스에 따라 일러도 북미 탐색 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가능하다는 게 청와대 기류다.

한반도 긴장 완화 신호가 잦아지면서 북미 간 ‘샅바싸움’도 시작되는 분위기다.

펜스 부통령은 대화에 대한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북한이 완전히 검증할 수 있게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며 “오로지 그러고 나서야 미국과 국제사회의 태도에서 어떠한 변화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14일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김정은과 공산 정권의 지배를 받는 통일된 한반도”가 김 위원장의 목표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북한 노동신문은 17일 개인 필명 논평에서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바빠날(급해질)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고 했다. 김형준 주러 북한대사는 14일 한반도 정세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미국만 남북한 관계 진전에 불만을 표시하며 평창올림픽 뒤에 곧바로 공격적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한반도 긴장완화를 원치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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