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호 뚫고 거주지서 살해하는 방안도 추진했던 듯
방탄복 입은 김정남 암살자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왼쪽)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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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범인들이 김정남과 가족이 거주했던 중국령 마카오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22일 인도네시아 국영 안타라 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6·여)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김정남 암살 직전 시티가 마카오행을 요구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경찰 당국자인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시티는 작년 2월 8일 쿠알라룸푸르 숭아이 왕 플라자에서 ‘장’을 만났고, 장은 시티에게 촬영을 위해 마카오에 갈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장은 같은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시티의 손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주고 김정남을 공격하게 한 북한인 용의자 홍송학(35)의 가명이다.
구이 변호사는 “장은 이와 함께 시티에게 마카오행 항공권을 사라며 4천 링깃(약 11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시티가 그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촬영이 잘 돼서 재계약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리는 등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완전히 속은 상태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완 아지룰은 경찰에 붙잡힌 시티가 그렇게 진술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항공권을 구매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 시티는 그 이후 자신을 현지에서 영입한 북한국적자인 리지우(일명 제임스·31)에게서 “마카오행은 취소됐지만, 촬영은 계속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는 작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 출신 피고인 도안 티 흐엉(30·여)과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시티와 도안에게 VX를 건네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북한인 용의자 홍송학과 리재남(58), 리지현(34), 오종길(55) 등 4명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리지우는 출입국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역시 해외로 도주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티와 도안은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남아 있다가 잇따라 체포됐다.
변호인들은 두 피고인이 북한 정권에 의한 정치적 암살에 도구로 이용된 뒤 버려졌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들이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 법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기에 유죄가 인정될 경우 시티와 도안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