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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총격 참사 고교생들 “학교 건물만 봐도 무서워요”

플로리다 총격 참사 고교생들 “학교 건물만 봐도 무서워요”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2-26 12:06
업데이트 2018-02-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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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총기규제 집회 이끌며 강한 모습…속으론 친구 잃은 상처에 고군분투

지난 14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 고교 총기 난사 사건 생존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25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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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 위치한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에서 14일(현지시간) 오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 위치한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에서 14일(현지시간) 오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AP 연합뉴스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는 이날 잠시 재학생들을 위해 문을 열었다. 오는 26일 다시 학교 문을 열기에 앞서 학생들이 사건 당일 미처 챙기지 못한 개인 소지품을 가져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출입 통제를 위해 쇠사슬로 에워싼 현장을 찾은 생존 학생들은 그날의 기억에 몸서리쳤다.

이날 어머니와 학교를 찾은 1학년생 프랜시스카 로자노는 “학교 건물만 봐도 무섭다”고 말했다. 로자노는 그나마 친구들을 다시 만나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1학년생 새미 쿠퍼는 사건 당일 총격 용의자를 보고 놀라 떨어뜨린 가방을 주워들며 “가장 친한 친구 2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 바깥에는 인근 학교 학생들이 적은 응원 배너가 걸렸다. 또 2016년 49명이 숨진 플로리다 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생존자들이 학교를 찾아 희생자 17명을 상징하는 천사 옷차림을 하고 학생들을 맞이했다.

생존자를 위로하기 위한 이 같은 행사를 기획한 테리 디칼로는 “천사들이 그들을 지켜보며 보호해준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뒤에도 굳건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서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도 카메라 뒤에선 마음속 상처를 감추지 못했다.

사마라 배럭(15)은 밤만 되면 총격범이 학급 친구들을 살해할 동안 어두컴컴한 교실에서 숨어있다가 피로 뒤덮인 복도를 지나 탈출하던 순간이 떠오른다고 토로했다.

배럭은 “계속 그 장면을 회상하게 된다”며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고, 즐거워지고 싶은데 히스테리컬해진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무대에 서서 총기 관련 법의 세부 사항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정치인과 보수 논객들과 언쟁을 벌이는 용기와 웅변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 어린 생존자들은 여전히 선생님과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은 상처로 고군분투한다고 NYT는 전했다.

한때 플로리다주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손꼽히며 인근 지역 부모들이 자녀 양육을 위해 이사하던 파크랜드도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찼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 수영장으로 놀러 가고, 밤이면 악어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마을에선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총기규제란 토론 수업에서나 다루는 내용이었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는 졸업률이 94%에 이르는, 미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발표한 고등학교 순위에서 50위를 기록한 명문 학교여서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였다.

그러나 이제 친구들은 다 같이 상담을 받고, 부모들은 26일 학교가 다시 문을 열면 어떻게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다시 갈지를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저녁이면 친구 집에서 모여 놀던 이들은 이제 모임을 조직하고, 물리 문제나 문학 수업에서 다룬 시에 관해 이야기하던 휴대전화 그룹 채팅방에선 집회 계획과 총기규제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는 현실이다.

학생들은 그나마 이런 활동이 애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졸업학년인 애슐리 터너는 그동안 “5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밤마다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흘러 잠에서 깨지만 이 모든 일을 견디면 결국 강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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