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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문서 조작 사죄”… 시민들 “사퇴하라”

아베 “문서 조작 사죄”… 시민들 “사퇴하라”

이석우 기자
입력 2018-03-12 22:50
업데이트 2018-03-1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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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행정 장으로서 책임 통감”

‘사학 스캔들’ 대국민 공식 사과
관저 앞 1000여명 사임 촉구


재무성, 총리 이름 등 삭제 인정
장기집권 행보 사실상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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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도쿄 총리실 앞에서 자신이 연루된 사학재단 특혜 의혹과 관련해 문서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도쿄 총리실 앞에서 자신이 연루된 사학재단 특혜 의혹과 관련해 문서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가 연루된 사학재단 추문이 재무성의 관련 문서 조작이 확인되고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일본 정국을 격랑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언론에서 제기한 관련 문서 조작 의혹을 추궁받던 재무성은 12일 이를 공식 시인했고, 아베 총리까지 대국민 사과했지만, 사태는 아베 정권을 집어삼킬 듯이 커지고 있다. 이날 밤 도쿄 총리 관저 앞에는 1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등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가적 대범죄’, ‘내각 총사퇴’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은 관저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 “조작하지 말라”고 외치며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사임을 촉구했다. 일부 시민들은 “정권은 (우리) 뜻대로 총사퇴하지 않는다. 우리가 몰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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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도쿄 총리 관저 앞에 시민들이 모여 ‘아베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12일 도쿄 총리 관저 앞에 시민들이 모여 ‘아베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가 이에 대해 각각 사과하면서도 책임을 재무성 관료들에게 넘기며 사태를 무마하려 했지만, 성난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이날 “(문서 조작 등으로) 행정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데 대해 행정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로 인한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시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재무성 문서에서 특혜를 시사하는 문구나 아베 총리 및 부인 아키에 등 관련자 이름을 삭제한 사실을 재무성은 이날 인정했고,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은 “매우 유감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소 부총리는 문서 조작이 “재무성 이재국 일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서 “최종 책임자는 계약 당시 재무성 국장으로 지난 9일 사퇴한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이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또 자신의 진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와 그의 맹우인 아소 부총리가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고 야당은 총공세를 폈고, 국민들은 이에 호응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아소 재무상에 대한 사퇴 압력과 이 사건의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되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에 대한 국회 청문회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아베 총리의 사퇴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NHK 등은 재무성의 문서 조작 시인 사실 등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아베 총리 및 정부가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집권당 총재 입후보 등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행보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재무성이 이날 여당에 보고한 내부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해당 문서에는 당초 ‘본건의 특수성’, ‘특례적인 내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복수의 정치인 및 아키에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지난해 국회에 제출될 때에는 삭제됐다. 조작을 통해 모리토모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 전 이사장을 “‘일본회의 오사카’(보수계 단체)에 관여”라고 바꿨고, 일본회의의 국회의원 간담회와 관련해서는 “특별고문으로 아소 부총리, 부회장에 아베 총리 등이 취임”이라고 설명했던 부분도 삭제됐다.

부지에 대해 아키에가 “좋은 토지니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는 모리토모학원 측 발언도 삭제됐으며, 2014년 4월 아키에가 이 학원을 방문해 강연했다는 기록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치인으로는 히라누마 다케오 전 경제산업상, 기타가와 잇세이 전 국토교통 부대신 등의 발언과 대응 내용도 삭제됐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재무성은 80여쪽의 보고서에서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총 14건에서 문서 조작이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문서에는 협상 경위와 계약 내용 등이 적혀 있다. 조작된 문서는 2015년 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결재된 문서 5건과 2014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의 문서 9건이다.

아소 부총리는 문서 조작과 관련, 사가와 전 장관의 답변과 결재 문서에 차이가 있어 이를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재무성은 재무성 본부 간부와 계약을 담당했던 긴키 재무국의 직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재무성 담당 직원이 자살을 하고, 의혹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관료들에 대한 처벌로는 이 문제를 막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8-03-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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