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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립학교 비리…휘문고 명예이사장 등이 38억원 횡령

또 사립학교 비리…휘문고 명예이사장 등이 38억원 횡령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3-23 13:49
업데이트 2018-03-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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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건물 임대료 개인 주머니로…법인카드 유용도 적발교육청 ‘사학비리 척결’ 헛구호…비리 제보받고 4개월 묵혀

서울 유명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명예이사장 등이 학교건물 임대료 38억여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도 4개월간 아무런 조처도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강남구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 명예이사장 등이 학교건물 임대료를 횡령한 사실을 특별감사에서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휘문고는 2002년부터 체육관 등 학교건물을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한 교회 예배장소로 빌려줬다. 신자가 수십 명에 불과하던 이 교회는 현재 5천명 안팎이 다니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대신 체육관 등이 예배장소로 쓰일 때마다 야구부와 농구부는 경기 남양주시까지 이동해 훈련해야 했다.

휘문의숙은 교회로부터 매년 7천만∼1억5천만원의 건물사용료 외에 확인된 것만 2011년부터 6차례에 걸쳐 38억여원의 기탁금을 받았다.

기탁금은 학교회계에 편입되지 않고 법인명의 계좌를 통해 명예이사장 B씨와 이사 C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계좌를 새로 만든 뒤 기탁금을 받고 폐쇄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은폐했다.

휘문의숙은 요지인 휘문고 주차장 터에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주택관리임대업 등록을 안 한 업체에 임대관리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보증금 21억원과 연 21억원의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만 받고 건물을 빌려주면서 긴 임대 기간을 보장하고 전대(재임대)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일종의 특혜로, 이에 관여한 이들에게 업무상 배임의 혐의가 있다고 서울시교육청은 판단했다.

휘문의숙은 법인 땅을 한 건설사에 빌려주면서 별다른 근거도 없이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받은 의혹도 받는다.

명예이사장 B씨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2억3천900만원의 공금을 사적인 일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 이사장 D씨도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3천400만원의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은 C씨와 다른 이사 1명, 감사 2명 등의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검토하고 비리 관련자들 파면을 법인에 요청할 계획이다. 사법기관 고발조처와 수사 의뢰도 병행한다.

명예이사장 등이 횡령한 38억여원 회수도 학교법인에 요구할 방침이다.

서울 사학비리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노원구 E고 행정실장과 교무부장이 특정인을 정교사로 채용하고자 관련자들에게 서류심사기준 변경을 부정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8월에는 관악구에 있는 교육청 지정 자율고인 F고 설립자 가족이 업무상 횡령과 부당 내부거래 등을 저질렀다가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사학비리 척결’을 외치지만 매번 뒷북만 치고 있다.

이번 휘문고 학교법인 특별감사 때도 자료가 남은 2011년 이후 발생한 비리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휘문고가 마지막으로 종합감사를 받은 때가 2007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학교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교육청은 전혀 모르는 것이다.

특히 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서 비리를 제보받고도 제보자가 올해 2월 국민신문고를 이용해 재차 구체적인 내용을 제보할 때까지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종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기존에 교육청이 확보한 자료를 확인하고 소문을 수집했다”면서 “연말이라 업무가 바빴고 올해 휘문고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간 공익제보를 강조해온 서울시교육청이 실제 비리제보를 받았을 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청이 움직이지 않자 제보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구체적인 내용을 다시 제보한 모양새가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제 눈의 들보’조차 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청렴도평가에서 2015년과 2016년 연속 전국 17개 교육청 중 꼴찌였다.

그나마 지난해 평가에는 순위가 다섯 단계 올라 12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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