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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사진전 임채욱 작가 “고개 드니 큰바위 얼굴”

인수봉 사진전 임채욱 작가 “고개 드니 큰바위 얼굴”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4-18 18:54
업데이트 2018-04-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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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1일부터 금보성아트센터 아카이브, 초상, 사람, 서울 전시

 북한산 인수봉을 소재로 작품전을 여는 임채욱 사진작가가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작업실에서 한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북한산 인수봉을 소재로 작품전을 여는 임채욱 사진작가가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작업실에서 한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임채욱 작가가 켜켜이 쌓인 작품 가운데 꺼내 펼쳐 보인 가로폭 7m 짜리 인수봉 작품.눈으로 직접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임채욱 작가가 켜켜이 쌓인 작품 가운데 꺼내 펼쳐 보인 가로폭 7m 짜리 인수봉 작품.눈으로 직접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고개를 들어 보니 큰바위 얼굴이 있더군요. 제 회화와 사진 작업의 출발점이 인수봉이었음을 3년 전 깨닫고 너무 놀랐어요. 처음에는 북한산을 주제로 삼았는데 인수봉이 80%가 넘는 거예요. 벼락 맞은 것처럼 인수봉으로 좁혔지요.”

 호방하고도 보폭 넓은 사진작가의 길을 걸어온 임채욱(48)씨가 인수봉 작품전을 연다.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재학 시절 인수봉을 그린 그림과 한지로 구겨 표현한 것 등 서울의 46개 산 가운데 백운대 버금 가는 봉우리이면서도 서울의 큰바위 얼굴인 그 봉우리의 ‘초상’을 오롯이 담았다. 이뿐만 아니다. 인수봉과 인연이 깊은 클라이머들의 얼굴을 담은 ‘사람’, 여느 천만도시와 확연히 구분되는 인수봉과 ‘서울’의 어우러짐 등 세 주제로 나눠 50여 점만 내건다.

 다음 달 1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의 4개 층을 전시한다. 지하 2층에는 인수봉과 관련된 아카이브 전시를 보여주고, 그로부터 차례로 서울, 사람, 초상으로 나눠 전시한다. 다음 달 초에는 100여 점의 사진과 인수봉에 관한 글 등을 담은 사진집이 세상에 나온다.

 18일 서울 을지로 3가 인쇄골목의 작업실을 찾았더니 한지업체와 공동 개발한 작품용 한지에 현상한 작품들과 선우중옥과 함께 인수봉을 올랐던 이본 취나드(미국)가 초창기에 만들었던 취나드 피켈과 카라비너 배낭 등 등산 장비가 널려 있다. 작가의 맞은편에 무심코 앉았는데 등받이 쿠션이 나중에 보니 인수봉 바위 모양이다.

 김민기 선생의 저 유명한 ‘봉우리’의 음원에 임 작가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곤 흔쾌히 허락해줬다고 한다. 김 선생의 무심한 내레이션과 낡고 굵은 음색, 인수봉의 사계절이 멋지게 어우러졌다.
임 작가는 옆으로 보면 큰바위 얼굴이 담배연기를 뿜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임 작가는 옆으로 보면 큰바위 얼굴이 담배연기를 뿜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남피 파타고니아의 핏츠로이와 세로토레를 닮은 듯한 풍광이 중랑천 둔치에서 보면 펼쳐진다.기자가 사람들의 구조물만 없으면 얼마나 멋지겠느냐고 했더니 임 작가가 그렇게 사람과 삶, 도시가 어우러진 것이 인수봉의 색다른 매력이라고 했다.
남피 파타고니아의 핏츠로이와 세로토레를 닮은 듯한 풍광이 중랑천 둔치에서 보면 펼쳐진다.기자가 사람들의 구조물만 없으면 얼마나 멋지겠느냐고 했더니 임 작가가 그렇게 사람과 삶, 도시가 어우러진 것이 인수봉의 색다른 매력이라고 했다.
 “군대 생활할 때 수유리에서 강원 철원 가는 버스 타며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을 떠올렸어요. 인수봉이 보이면 서울에 왔구나 했어요. 인수봉이 서울이고 큰 바위 얼굴이었죠”

 초등학교 5학년 때 대학 은사인 이종상 화백의 화문집 가운데 독수리 작품을 모사한 것이 동양화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이미 인왕산, 설악산 등으로 작품전을 열었던 그의 사진에 수묵화의 멋이 스며든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 그린 동양화가 독수리 그림이었는데 인수봉 귀바위도 보기에 따라 독수리 부리처럼 보이거든요.”

 바위를 타진 않지만 인수봉과 인연이 깊은 클라이머 10명을 인수봉 앞에서 렌즈에 담았다. 선우중옥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오후 인천공항으로 떠나야 하는 그를 납치하듯 우이천으로 모셔 인수봉이 멀리 보이는 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택시로 공항 환송한 일로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처음에는 당연히 등반 동작을 담은 사진을 찍겠거니 했던 산악인들이 인수봉과 얼굴을 거의 대등한 크기로 담는 촬영에 뜨악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인수봉 바윗길 가운데 첫 손 꼽히는 취나드 코스를 개척한 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창업해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취나드의 철학과 마인드를 닮고 싶다고 했다. 여느 작가와 달리 등반가만의 인수봉이 아니라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끄는 인수봉의 면모를 함께 즐기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인수봉과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게 인수봉이 바라 보이는 서울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우이천에서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소년과 남미 파타고니아를 닮은 풍광도 담아냈고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심지어 ‘스마트 인수봉’도 만들었다. 한지의 투과성을 이용해 입체 모형 안에 스마트 전구를 넣어 1600만 가지 색깔을 내게 만들었다. 음악의 파동과 연결해 인터랙티브 하게 반응하며 색깔을 달리하는 것까지, 이 작가의 새롭게 길 내는 작업은 가히 경계를 모르고 넘나든다. 임 작가는 “다들 이제 마무리된 건가 하실 텐데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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