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국민 청원 20만 넘어…국토부 “여론 수용” 백지화
최근 ‘택배 대란’ 사태가 벌어졌던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실버택배를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실버택배 비용에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반대하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19일 기준 20만명을 넘어섰다.발단은 다산신도시의 일부 아파트가 단지 내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차 없는 아파트’를 조성하면서 시작됐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 제한(2.3m) 때문에 택배 차량이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지 못하자 택배회사와 주민들 간 갈등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갑질 공고문’과 함께 아파트 단지 출입문 앞에 쌓인 배송물 사진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여론이 악화되자 한때 국토교통부가 중재에 나섰다. 국토부는 입주민 대표, 택배업계 등과 분쟁조정회의를 열고 실버택배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접점을 찾았다. 택배업체가 아파트 입구까지 물품을 운송해 놓으면 실버택배 요원이 주택까지 다시 배송하는 방식이다.
해결되는 듯했던 ‘택배 대란’ 사태는 실버택배에 세금이 지원된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버택배 인력 1인당 드는 비용은 연간 420만원 정도로 지자체가 105만원, 정부가 105만원, 택배회사가 210만원 정도를 부담한다. 아파트 입주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이 때문에 ‘특정 다산신도시 택배 문제에 왜 국민 혈세를 써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재에 나섰던 국토부는 “다산신도시에 특혜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배회사가 편의에 따라 실버택배를 지정하는 것”이라며 “다산신도시 역시 택배사와 입주자 간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88개 단지에 2066명의 노인이 실버택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택배대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높이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지하주차장의 높이 기준은 최소 2.3m다.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가 2.5~2.7m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턱없이 낮은 기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가 공사비 및 분양가 상승 등을 고려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2018-04-20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