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한국경제 자원배분’ 보고서
대기업집단에 과도하게 자본이 쏠려 2011년 이후 우리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대기업 집단의 자원배분 비효율성이 우리 경제 전체의 생산성 증가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집단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드물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KDI가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2006~2015년 동안 자본금 3억원 이상, 상용근로자 수 50명 이상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업 간 자원배분 효율성이 하락해 전체 기업의 총생산성 증가율이 0.4~0.7%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2011~2015년에는 하락폭이 1.5~1.8%포인트로 더욱 확대됐다.
2011년 이후 기업 간 자원배분 효율성의 하락은 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서 주로 목격됐다. 대기업집단의 총생산성 증가율은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에는 노동생산성의 경우 2.4%포인트, 총요소생산성의 경우 3.6%포인트 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기업의 형태를 유지한 기업은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대기업집단이 독립기업보다 과도하게 많은 자본을 점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집단에 투입되는 자본을 독립기업으로 옮겼을 때 경제 전체적으로 더 많은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집단의 기업의 시장 퇴출률이 독립기업보다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산성이 더 낮은 대기업집단이 시장에 오래 머물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더욱 하락시켰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덕상 KDI 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제도를 정비해 기업집단 소속의 성장이 자원배분의 효율성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배주주의 과도한 지배력 행사로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질 경우 지배주주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1년 이후 우리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내외로 낮은 것은 우리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연평균 1% 수준으로 하락한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의 상황에서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은 더이상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통해 잠재성장률과 생산성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8-04-20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