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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여당 “IAAF의 테스토스테론 규제 아파르트헤이트 같아”

남아공 여당 “IAAF의 테스토스테론 규제 아파르트헤이트 같아”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4-27 08:00
업데이트 2018-04-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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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테스토스테론이 과다한 여자 육상선수들에 대해 내놓은 새로운 규정은 남아공에서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 격리 정책)를 “고통스럽게 상기시킨다”고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밝혔다.

남아공 집권여당인 ANC는 현재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커먼웰스 게임 육상 여자 800m 챔피언인 카스터 세메냐(28·남아공)가 오는 11월부터 새로운 규정이 발효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며 정부가 나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잔인하게 인종주의적인” 이 규정을 제소하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BBC가 27일 전했다.

IAAF는 세메냐처럼 태어날 때부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몇몇 여자 선수들이 대회에 나서려면 약물 처방을 받거나 남자들과 함께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새 규정을 만들었다. IAAF 대변인은 “인종주의도 아니고 성차별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언론을 통해 한두 여자 선수의 이름을 들어봤겠지만 엘리트 여자 육상 선수 가운데는 성별이 혼동되는 이들이 보통의 여성 인구 비중에 비해 140배 가량 늘어난다”며 안드로겐 과다혈증(DSD) 선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IAAF는 “세계 집행기구로서 우리는 모든 선수들이 공정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연구와 증거들을 수집하면 DSD를 갖고 있는 여자선수들이 새 규정이 적용되는 트랙 종목들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새로운 규정이 필요함을 강변했다.

그러나 ANC는 “IAAF는 과거 몇십년 동안 챔피언으로나 우리 조국의 보물과 같은 선수들을 배제하기 위해 아파르트헤이트와 똑같은 술수를 쓰고 있다”며 “세메냐를 차별하려는 또다른 시도”라고 반발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커먼웰스 게임 육상 여자 800m 챔피언 카스터 세메냐(남아공). AFP 자료사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커먼웰스 게임 육상 여자 800m 챔피언 카스터 세메냐(남아공).
AFP 자료사진
IAAF는 새 규정이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주까지에 나서는 선수들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대회에 나서려면 6개월 동안 약물 처방을 받고, 일정한 수준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세메냐는 예전에도 성별 테스트를 이행하도록 요구받은 일이 있었지만 그 결과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IAAF는 2015년 인도 스프린터 두티 챈드에게 성별 테스트를 강요했다가 소송을 제기당하는 바람에 이를 유예한 적이 있다.

이런 움직임을 알고 있었던 세메냐는 이달 커먼웰스 게임 800m와 1500m 우승을 차지한 뒤 더 먼거리 종목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전날 IAAF의 규정 변경 소식을 들은 뒤 트위터에 “여러분이 절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걸 97% 확신하지만 난 100% 신경도 안 쓴다”고 적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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