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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전 누군가의 편지 여전히 마음 울리는 소리

수백년 전 누군가의 편지 여전히 마음 울리는 소리

입력 2018-04-27 18:32
업데이트 2018-04-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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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더 레터/사이먼 가필드 지음/김영선 옮김/글담/608쪽/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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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더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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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의 실천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과감하게 실천하는 사람이라도 편지 뭉치를 쓰레기통으로 던지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게다. 어쩔 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 “이메일이 ‘누르기’라면 편지는 ‘어루만짐’”이니까. 편지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만을 맡지 않았다. 이제 아무도 편지를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에조차, 우리는 편지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편지를 보내는 일은 손의 일이다. “우편물, 봉투, 펜, 천천히 돌아가는 두뇌, 손가락 끝은 물론 손 전체를 사용하는 일.” 그리고 편지를 받는 것은 귀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쓰게 한 추진력은 단순하다. 편지가 현관 앞 깔개에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 그것이다.”

이 책의 부제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에 걸맞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편지부터 이메일까지 2000년 동안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끌어모았다. 편지의 역사를 완벽하게 쓰기엔 그의 말대로 “이 세계가 너무 오래되어, 놓아 둘 적절한 공간이 부족”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우리는 편지와 연루된 아주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관계에 대해, 역사에 대해, 인간에 대해.

우리가 타인들의 편지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되는 것은 솔직한 모습이 우리의 내면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편지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진실을 알려준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제아무리 독창적이라 생각해도, 우리의 감정, 동기, 욕망이 과거의 그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우리보다 먼저 그런 감정, 동기, 욕망을 지녔던 다른 누군가 있었음은 거의 틀림없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과거의 편지를 읽으며 쉽지 않은 세상을 먼저 건너간 선배들에게 동지애를 느낀다. 편집자 R 브림리 존슨이 말했듯이 “편지는 통찰과 이해의 예술이다.”

저자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분야를 다룬 17권의 논픽션을 써낸,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영국의 저널리스트다. 그가 시간에 대해, 서체에 대해, 지도에 대해, 색깔에 대해 쓴 책을 즐겁게 읽은 이라면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저자는 도서관과 박물관, 고서점, 경매장을 쫓아다니며 편지를 수집하고 ‘편지 마니아’들을 두루 만나며 기록물로서 편지가 가지는 가치가 굉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세네카, 버지니아 울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나폴레옹, 헨리 밀러, 실비아 플라스, 에밀리 디킨슨. 이 유명한 이들을 편지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로 다시 만나는 것은 각별한 느낌을 준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2018-04-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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