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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보다] 카이퍼벨트로 쫓겨난 ‘원시 태양계 유물’

[우주를 보다] 카이퍼벨트로 쫓겨난 ‘원시 태양계 유물’

박종익 기자
입력 2018-05-18 17:52
업데이트 2018-05-19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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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성 너머 카이퍼벨트(태양계 끝자락에 수많은 천체가 도넛 모양으로 밀집해 있는 지역)에 존재하는 특이한 소행성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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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EW95의 그래픽 이미지.  ESO/M. Kornmesser
2004 EW95의 그래픽 이미지.
ESO/M. Kornmesser
최근 영국 퀸스대학 등 공동연구팀은 카이퍼벨트에 존재하는 소행성 ‘2004 EW95’가 과거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다가 태양계 끝자락으로 쫓겨난 천체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 최신호에 발표했다.

폭이 300㎞에 달하는 이 소행성은 지구에서는 무려 40억㎞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 관측이 쉽지 않다. 2004년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처음 존재가 확인됐으나 발견 당시부터 전문가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반사되는 파장이 기존의 카이퍼벨트 천체와는 달라 관측에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카이퍼벨트 지역은 태양의 빛이 미치지 못해 매우 춥고 어둡다. 이 같은 이유로 이곳에는 얼음 천체들이 모여 있으며 지구 주위로 날아오는 혜성의 고향도 바로 이곳이다. 이번에 연구팀은 유럽 남방천문대의 초거대망원경(VLT)을 이용해 2004 EW95의 재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2004 EW95가 탄소가 풍부한 암석형 소행성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또한 연구팀은 산화 제2철과 엽상(葉狀) 규산염도 찾아냈는데 이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의 천체에서 주로 발견된다. 결과적으로 태양계가 형성되던 초기 소행성대에 있던 2004 EW95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수십억㎞ 떨어진 태양계 끝자락까지 밀려났다는 가설이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이를 ‘그랜드 택 가설’로 설명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양계 형성 초기 가스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서로 가깝게 있었으며 태양과의 거리도 지금보다 가까웠다. 그러나 행성들이 서로 근접했다가 어떤 힘에 의해 멀어지면서 남은 물체를 태양계 끝으로 밀어냈다는 주장이다.

논문의 선임저자 톰 시컬은 “2004 EW95는 너무 먼 곳에 있어 매우 희미하게 보인다”면서 “카이퍼벨트에서 이 같은 성분의 소행성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4 EW95는 그랜드 택 가설의 주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면서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밝혀 줄 원시 태양계의 유물”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2018-05-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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