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깜짝 두 번째 정상회담
북미 회담 성공 위해 긴밀 협력文 “남북미 3국 종전 선언 기대”
北에 美 대규모 경협 의사 전달
美와 상호 불가침 약속 등 추진
두 번째 만남, 세 번의 포옹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 국무위원장과 포옹하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달 27일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진 지 한 달여 만에 극비리에 다시 만났다. 김 위원장은 2시간여의 회담을 마친 뒤 통일각 앞에서 밝게 웃으며 문 대통령을 왼쪽, 오른쪽, 왼쪽 순서로 세 번 끌어안았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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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와 관련, 남북은 다음달 1일 고위급회담에 이어 군사당국자·적십자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22일)에 이어 김 위원장까지 5일 동안 남·북·미 3각 정상외교를 통해 북·미 회담의 불씨를 되살리면서 ‘한반도 운전자론’도 힘을 받게 됐다.
전날 오후 두 정상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두 시간 동안 비공개 정상회담을 가졌다. 통일각을 남측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격식 없이 만나자’는 약속이 현실화되면서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의 토대도 구축됐다.
문 대통령은 회담 배경에 대해 “김 위원장이 그제(25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미 소통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회담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만큼 직접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김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할 경우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과의 경협을 대규모로 할 의사와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김 위원장 역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피력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실무 차원에서 북·미 회담 성공을 위해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 우려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북·미 상호 불가침 약속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남·북·미 종전선언) 등을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논의된 내용을 이미 미국에 전달했다”며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 등도 정상회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통신은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6월 12일로 예정되어 있는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하시면서 역사적인 조·미 수뇌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8-05-28 1면